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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독주시대' 무색한 연속 부진. 도대체 왜?

김연아(고려대)가 2009-2010 국제빙상 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 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시즌 최저점으로 2위에 그쳐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 탈환에 비상등이 켜졌다.

김연아는 4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으나 두 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토룹이 회전수 부족으로 다운 드레이드 판정을 받은데 이어 두 번째 점프 과제였던 트리플 플립에서는 점프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는 등 부진한 경기를 펼친 끝에 65.65점을 받아 이날 시즌 베스트 점수인 66.20점을 받은 안도 미키에게 0.55점 뒤진 2위에 랭크됐다.

물론 이란 심판진의 채점이 '아주' 공정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펼친 6명의 선수 가운데 김연아의 플림 점프 실수는 그 어느 선수의 점프 실수보다 두드러져 보였던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결국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김연아에게 있다는 말이다.

김연아의 이번 쇼트 점수는 지난 11월 그랑프리 5차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자신이 기록한 세계최고점수 76.28점에 10.63점이나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올시즌 펼친 쇼트 프로그램 점수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다.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 스케이팅에서 세 차례나 점프 실수를 범한 것이 '액땜'으로 작용,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금 예전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던 세간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연아가 그동안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특별히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쇼트 프로그램이었음을 감안할 때 김연아가 이날 보여준 경기 정도 수준이라면 내일 저녁 열릴 프리 스케이팅도 '클린' 내지 '클린'에 가까운 연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김연아의 경기 모습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스케이팅 스피드가 시즌 초반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한 스케이팅 스피드를 바탕으로 긴 체공력과 한 차원 높은 점프 높이로 시원스럽게 난이도 높은 점프들을 척척 해내던 김연아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날 김연아의 경기에서 그런 스케이팅 스피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연아가 이날 쇼트 프로그램 마지막 컴비네이션 스핀에서 또 다시 스핀을 도는 스피드가 줄어들며 총을 겨누는 마지막 동작이 음악보다 다소 늦었던 장면도 김연아의 스피드 저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김연아의 스피드 저하는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 부터 노출됐던 부분이다. 김연아는 스케이트 아메리카 쇼트 프로그램에서 76.28이라는 역대 쇼트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이때도 마지막 컴비네이션 스핀에서 스피드가 떨어지며 회전수가 부족한 채로 경기를 마친바 있다.

김연아의 스케이팅 스피드가 저하된 원인은 일단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심리적 부담감의 내용이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이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다.

즉,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가 가졌던 부담이 '점수'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느끼는 부담은 점프 자체 내지 연기 자체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동계올림픽이라는 궁극의 목표점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될 우려가 크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김연아는 지난 시즌 엣지 사용 문제를 지적받던 플립 점프를 단독 점프로 돌려 첫 그랑프리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멋지게 성공시켰으나 그 다음날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뛰어보지도 못하고 놓쳐 버렸다.

그런 양상은 스케이트 아메리카에까지 이어졌고,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아예 쇼트 프로그램부터 실수가 나왔다. 이들 모두 김연아 나름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 근본 원인은 스피드에 있고, 그 배경에는 자신감 결여라는 심리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5일 열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반드시 좋은 경기를 펼쳐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복귀해야 한다. 특히 프로그램 가운데 플립 점프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동계올림픽 이전에 김연아가 자신의 기량에 대해, 자신의 플립 점프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5일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 스케이팅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연아가 현역 최고의 목표인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슬럼프로 빠지느냐, 아니면 다시금 '여제'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과시하며 동계 올림픽 금메달 획득 가능성에 다시 청신호를 켜느냐가 내일 프리 스케이팅 한 경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