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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에는 '저주받은 선수상'이 있다?!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뒤 다시 한 번 무릎 부상을 당한 헐 시티의 지미 불라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994년부터 현재까지 매달마다 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쳐보인 선수 한 명씩을 선정해 '이달의 선수상'을 수여해오고 있다.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와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 모두 이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현역 가운데서는 리버풀의 '캡틴' 제라드가 다섯 차례나 이 상을 받은 바 있으며, 은퇴한 선수 가운데서는 데니스 베르캄프와 앨런 시어러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각각 네 차례씩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이 상이 마냥 영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달의 선수상을 '이달의 저주받은 선수상'이라고도 부를 정도다. 이 상을 받은 선수에게는 으레 좋지 않은 일들이 뒤따른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지난 9월의 선수상을 받은 리버풀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그러했다. 토레스는 자신의 수상 소식이 발표된 지난 10월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가 사타구니에 부상을 입고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야 했다. 토레스의 부상은 현재까지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10월의 선수상을 거머쥔 아스날의 공격수 로빈 반 페르시 또한 '저주'의 희생자다. 수상 소식이 발표되기 이전인 11월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연이은 멀티 골 행진을 벌였던 반 페르시는, 결국 자신의 수상이 확정된 뒤 펼쳐진 A매치에서 발목을 다치는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까지 올랐다.

덕분에 이들 두 선수의 골 기록은 각각 10골과 7골에 머물러 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득점왕 경쟁에 한창이었던 토레스와 반 페르시가 지금은 나란히 '이달의 선수상'이라는 저주에 사로잡힌 셈이다.

얼마 전 11월의 선수상을 받은 헐 시티의 미드필더 지미 불라드도 마찬가지다. 수상 직후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 15라운드 경기에 출전한 불라드는 전반 19분 만에 무릎을 다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8개월간의 재활을 거친 끝에 다시금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결국 또다시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물론,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 8월에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토트넘의 공격수 저메인 데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저주받은 선수상을 받은 뒤에도 리그에서 연이은 골 폭죽을 터트리며 소속팀에 승리를 안겨다 줬다.

여기에 데포는 다른 선수들처럼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으며, 되려 지난 11월에는 위건과의 리그 맞대결에서 혼자서만 5골을 터트리는 골 폭풍을 선보이기도 했다. 11골을 기록 중인 저메인 데포는 리그 득점 순위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축구에는 항상 '징크스'가 존재해왔다. 펠레가 내뱉은 말이나 선수에 대한 예측은 모두 반대로 이뤄진다는 징크스에서부터 이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국가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다음 대회에 탈락한다는 징크스까지. 그 대상과 내용 또한 천차만별이다. 지금도 수많은 축구선수가 각자의 징크스를 품에 안은 채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달의 선수상'도 마찬가지다. 리그 최정상급 선수에게는 보다 많은 중압감과 대인마크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부상이 잦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고 최고가 된 선수에게 더욱 열광하는 게 아닐까?

이달의 선수상이 사실은 저주받은 선수상이 아니냐? 라는 것은 사실 우리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문제다. 어쨌든, 누군가는 그 상을 받게 될 테고 그것은 곧 그가 그만큼 훌륭한 선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어떤 의미를 발견해내는 것은 결국 축구팬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