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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골프, 그리고 투기



예전에 알던 형이 유학을 간다면서 골프를 취미 이상으로 해볼 것이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팔방미인인지라 뭘 해도 잘 하는 사람이었지만 골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다소 어리둥절했다. 골프가 생각보다 이 사회에서 친교를 위해 필요하다는 말에 좋은 사진기나 갖고 싶고 프로레슬링이나 격투기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필자는 그저 또 다른 취미처럼 들렸다. 그게 벌써 12년 전이다.

필자는 멀쩡한 숲을 파괴한 뒤 농약을 뿌리면서 관리한 잔디밭에서 막대로 공을 쳐서 구멍에 집어넣는 일련의 과정이 그렇게 고급스러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 그런 이미지는 이미 정착된 것이다. 오히려 필자와 같은 사람은 제대로 고급문화를 접해보진 않은 촌뜨기로 분류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골프에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면 이 분야와 너무도 다름을 느끼게 된다. 골프는 배우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크며, 특히 제대로 돈을 들이면서 해외까지 다니는 경우는 웬만한 재력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경우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프로만 되어도 지도자를 하면서 괜찮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극소수만 성공하는 분야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예전에 해설하던 스포츠 채널에서도 골프는 시청률이 낮지만 고급 이미지가 있기에 광고가 잘 붙는 반면, 프로레슬링은 케이블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도 상대적으로 광고에서 파괴력을 지니지는 못했다. 상대적으로 격투기는 우리나라에서 나은 입장이지만 역시 골프와는 비교할 수는 없다. 20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남성 시청자를 타겟으로 잡았다는 것이 그나마 광고주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는 회사에서 윗분들과 친교를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여유 있는 집에서 태어나 유학을 가서 취미로 골프를 쳤던 경우, 만약 소질이 있으면 윗분들을 가르쳐드리면서 좋은 인상을 심을 수도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만약 투기(鬪技)를 했다고 말하면 이 정도로 부드럽게 평가될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골프계에서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나오기도 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그 비용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쉽게 어린 시절부터 선수를 꿈꾸긴 어려운 분야임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진학은 큰 화두이기도 하다. 골프는 대학진학에 있어서도 좋은 도구가 된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학교체육을 하는 경우 적지 않게 돈이 소요되는데 그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거기에 의지해서 생업을 영위할 수도 있다.

최고는 확실히 대우를 받는다는 성장신화가 있고 그 분야에서 적절하게 성공한 이들도 어느 정도 이상의 생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골프는 참으로 혜택이 많은 분야가 아닌가 싶다. 레슨프로가 버는 돈만해도 우리나라에선 웬만한 투기(鬪技) 선수들에게는 꿈만 같은 규모니까.

길을 잘못 골랐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맨몸으로 세상과 맞서는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노력의 대가가 돌아오는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라는 것은 골프를 ‘멀쩡한 산을 깎은 곳에서 막대기로 공을 쳐서 구멍에 넣는 운동’으로 규정하는 필자의 식견만큼 어리석은 것일까? 그게 아니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