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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챔피언십 '6심제'가 남긴 희망의 메시지

2009 시즌 K리그는 전북현대의 창단 15년만의 첫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시즌 K리그는 시즌 내내 메인 스폰서 유치 실패, 미디어와 팬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관중동원 실패 등 전반적인 흥행실패로 위기감이 팽배했으나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우승과 함께 K리그 챔피언십의 명승부들로 인해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갖게됐다.

특히 K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들어서 플레이오프 경기부터 시행한 6심제(기존 주심 1명, 부심 2명, 대기심 1명 등 총 4명에서 양팀 골문 뒷 편에 1명씩의 부심을 더 배치 총 6명의 심판을 배정하는 방식)는 오심논란과 판정시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K리그와 세계 축구계에 6심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값진 성과로 평가할 만 하다.

K리그가 단일리그제를 버리고 6강 플레이오프를 도입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어김없이 외국인 심판이 등장했다. 고질적인 판정시비와 심판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시즌 내내 국내 심판들에게 거침없이 항의를 하던 국내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은 외국인 심판들이 나선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이렇다 할 판정 항의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고 하더라도 체감적으로 그런 현상은 눈에 보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심판을 정규시즌 기간에도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한국인 심판들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음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회가 날때마다 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K리그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은 외국인 감독들까지 한국인 심판들의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K리그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까지 말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K리그 심판들은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자신들의 판정에 문제점이 있을지는 몰라도 심판 권위 자체가 부정받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주류였다. 특히 K리그 최고의 잔치인 포스트시즌에 외국인 심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엄청난 모멸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이런 현상은 자연히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은 시즌마다 계속 이어졌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09 K리그 챔피언십을 앞두고 중요한 결단을 내리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외국인 심판 초빙의 중단과 6심제 도입이었다.

K리그 챔피언십 기간중 6강 플레이오프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까지 3경기에서는 기존의 4심제가 유지됐다. 당연히 판정에 대한 시비가 일었고, 선수와 벤치의 항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귀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퇴장 선언이나 페널티킥 선언으로 판정 시비에 휘말린 팀이 그 다음 경기에 문제의 심판이 배정되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는 여전히 특정 심판의 판정이 자신의 팀에게 이유없이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여기는 심리가 깔려 있는 태도였다.

그러나 6심제가 도입된 플레이오프부터 그라운드에는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양팀 골문 뒷 편에 신판이 한 명씩 더 배치되다 보니 그라운드 내에서 심판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死角地帶)'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선수나 벤치 모두 주심의 최종판정에 섣불리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전북 이동국의 골이 성공되는가 싶었으나 그 이전에 루이스의 핸드볼 파울이 적발되어 노골처리가 된 상황은 6심제 도입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만약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6심제를 도입했다면 앙리의 '신의 손'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6심제가 적용된 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부터 주심이 미심쩍은 장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부심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최종판정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그 결과 필요 이상의 항의를 하는 선수나 벤치에 좀 더 냉정하고 거침없이 카드를 꺼내들 수 있게 됐다. 판정과 승복의 과정이 매끄러워지자 당연히 선수나 벤치는 경기에만 집중하게 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6심제나 골판정에 있어서의 비디오 판독 등 그동안 오심 방지대책으로 논의되어온 대안들의 도입을 모두 유보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오심 방지를 위한 대안들의 도입 유보 결정에 대해 '아직 실험중에 있기 때문에 지금 곧바로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설명을 남겼다.

그러나 FIFA의 이번 결정은 축구가 이미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현실로 인해 정확한 판정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K리그 챔피언십에서 실시한 6심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언론, 팬들로 부터 모두 합격점을 받은 것은 세계 축구계에 오심방지와 축구 정의의 실현 차원에서 6심제가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안임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할 만 하다.

K리그는 이번 챔피언십에서의 6심제의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K리그에 만연해 있는 판정시비와 심판불신의 해소 차원에서 이 제도를 정규시즌 전체로 확대해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 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