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프로레슬러 요절의 문제점


최근 요절한 우마가는 방송에서의 과격한 모습과 달리 동료들이 많이 좋아했던 선수로 그와 랜디 오턴은 사실상 WWE 선수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트리플 H의 권위에 맞서면서 동료들의 신망을 얻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는 세 차례 규정위반 후 탈락되는 WWE 내의 도핑시스템에서 두 차례 위반 후 징계수락을 거부하자 계약해지로 풀려나면서 독립단체 선수가 되었다. 그게 금년 중반기의 일이다. 그도 불과 반년 만에 운명할 것이라고 짐작하진 못했으리라.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일이 되어버렸고 사이가 좋은 동료들도 우마가에게 약물문제가 있었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요절을 막진 못했다.

부검이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우선 약물을 과다용량으로 사용했을 개연성이 있다. 약물의 양에 따라서 몸이 받는 부담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사량이 될 수도 있다. 병을 빨리 떼어내겠다고 약을 두 배로 먹는 것은 정신 나간 행동이고 최근엔 독을 오히려 중화해서 치료에 쓰는 경우를 본다면 약은 종류 뿐 아니라 용량도 신경을 써야 한다.

두 번째로는 약물남용으로 수반되는 장기의 손상 중 특히 심장에 문제가 많이 생겼을 개연성이다. 진통제로 인한 심장 기능 저하는 프로레슬러들의 요절과 관련이 깊었고 우마가의 체형이 비대하다는 점도 그다지 심혈관계에 도움이 될 리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망을 전적으로 WWE의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다. WWE는 에디 게레로의 요절 후 정치권의 압력과 의회조사마저 있었던 터라 주가하락은 기본이었고 단체의 운명과도 직결되었기에 최근 도핑테스트는 강해진 게 사실이다. 이에 WWE 출신으로 약물문제로 인해 계약해지가 되는 경우가 현재로서는 가장 위험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선의라기보단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크지만 WWE는 자사 선수들이 아님에도 재활을 도와온 것도 사실이다. 숀 왈츠맨(1-2-3 키드)이나 약물남용의 대명사 스캇 홀도 도움을 받은 일이 있고 최근엔 WWE에서 활약한 적이 없던 선수들도 돕기로 하면서 옛 ECW 소속의 악셀 로튼도 재활시설에 들어갔다.

그러나 재활을 했다고 해서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은 몸의 상태가 되는 건 아니다. 몸에는 비가역적인 부분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악화를 막고, 조금의 개선 정도만 바라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 되므로 우선 중요한 건 처음부터 조심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요절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은 타인의 안 좋은 사례에 둔감한 채, 자신의 약물남용엔 관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어떤 이는 미래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쾌락이나 성공을 위해 그릇된 길을 택하기도 한다. 멕시코의 인기스타 ‘코낸’은 20대 초중반엔 자신은 짧고 굵게 살 것이라면서 약물 남용이 심각했지만 얼마 전엔 살기 위해서 팬들에게 호소해서 신장이식을 받았던 일도 있다. 슈퍼스타 빌리 그램은 여성 뇌사자의 간이식을 받아 스테로이드 후유증으로 망가졌던 간을 새롭게 바꿔 생을 이어가기도 했었다. 과거의 빌리 그램이나 코낸의 사고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은 현재 존재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두 번째로는 약물남용 선수들이 용인되는 현재의 시스템이다. WWE가 약물문제를 적발하더라도 타 단체에서는 스타이기에 수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WWE에서 약물문제가 밝혀진 앵글, 부커 T도 결국 미국 2위단체 TNA로 갔었고 생존의 위기에 몰린 일본 단체, 유럽 내 이벤트 전문 단체들도 약물남용 선수들의 출전금지를 시킬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대표적인 대마초 옹호자 RVD 같은 경우는 WWE의 대마초 벌금 규정 때문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 추정되고 브라이언 켄드릭은 대마초 벌금 때문에 WWE에서 불운했다고 언급될 정도이니까.

세 번째는 프로레슬링 비즈니스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스타와 친하고 싶은 미국의 의사들 중엔 쉽게 임의처방을 내주는 경우도 있는데, 선수들은 오히려 이들을 이용하면서 묘한 악의 조합이 형성되고 그것이 약물남용과 요절로 이어지곤 한다.

사실은 이런 문제를 언급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소중한 몸은 본인이 알아서 챙기는 것이 이상적이라 보인다. 그리고 과거 랜스 스톰이나 현재 CM 펑크같이 약물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선언하는 선수들이 중용되는 시스템이 된다면 비록 이 분야의 규모는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사망이 연이어 나오는 비즈니스라는 오명에선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