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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데니스 강의 안타까운 계약해지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UFC가 최근 데니스 강을 계약해지로 풀면서 우리나라 격투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UFC가 선수를 대하는 태도에 아쉬움을 피력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간 미국 격투가들이 쉽게 풀려났던 상황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일반적인 UFC 파이터의 계약 조항에 따르면 경기에서 패하면 단체가 버릴 수도 있으며 이기더라도 경기가 지루하면 계약에서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르코 크로캅에게는 그래도 특별히 기회가 있었으나 최근 보이는 분위기는 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평가가 끝난 듯하다. 주니어 도스 산토스의 이름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이 되어버렸으니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적자누적으로 단체의 생존마저 불투명했던 UFC는 최근엔 많이 분위기가 변했다. 잘나가는 흥행실적을 바탕으로 최고를 표방하면서 화려한 전적을 지녔거나 화끈한 경기를 보이는 선수를 중용하기에 허무하게 패배하거나 이기더라도 경기가 다소 지루하면 방출하는 것이다.

데니스 강은 아쉽게도 잘 하다가 막판에 무너지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UFC에서 1승 2패의 전적을 남겼다. 중간급 선수로 보이는 앨런 벌쳐, 마이클 비스핑에게 무너졌고 다소 하위급으로 평가되던 하비에르 포캄을 꺾었으니 결국 성적부진으로 풀린 것이다. 격투기 인기가 높고 높은 금액으로 방영권을 구입한 대한민국에 어필하는 스타이긴 하나 그 시장의 유일한 흥행카드는 아니기에 스타성이 퇴출을 막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한 번 정도 주어지는 선에 그쳤으리라 보인다.

데니스 강의 퇴출은 차별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입장에선 아쉬움은 존재한다. 그는 대한민국 파이터들의 먹이사슬에 있어서 최정점에 있던 선수이고 국내 무대의 성장과 그의 상승곡선은 궤를 같이 하기도 했었으니까. 김재영, 최정규 같은 파이터들의 목표이기도 했던 데니스 강이 최고의 자리에 가서 대한민국 파이터들의 존재감을 알려 주길 바랬던 이는 필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허나 결과는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못했다.

이젠 퇴출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답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그래도 그는 아주 불운한 것은 아니다. 비록 현재 1위 단체에서 밀려났지만 다른 파이터들과 달리 충분히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대가 없거나 불러주지 않아서 항상 준비 중이라 말하는 파이터들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데니스 강은 대한민국에서 어필하는 카드이고 분명 세계적인 강자가 맞으니 최근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나 그들의 연합군이자 일본 최고 단체 DREAM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UFC에서 밀려났으나 스트라이크 포스와 계약한 소쿠주가 좋은 사례라 보인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국 내 방영권이 확보된 ‘벨라토르’나 표도르의 M-1 같은 곳도 분명 데니스 강을 지켜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일로 인해 심리적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격투가들은 방출이나 치명적인 패배 같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신경정신과적인 문제를 갖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유발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지는 옛 스타 파이터들의 기행이나 사건, 사고들은 이런 급격한 상황변화에 수반된 신경정신과적 문제와 꽤나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데니스 강은 잘 이겨낼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