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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크레이븐 코티지의 굴욕' 자초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일(한국시간)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풀럼의 대니 머피, 바비 자모라, 데미언 더프에게 연속골을 내준 반면 전후반 내내 이렇다 할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친 끝에 0-3의 참패를 당했다.

박지성은 이날 교체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비록 박지성이 결장했지만 한편으로 보면 박지성이 이 경기에서 결장한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질 만큼 맨유는 이날 치욕적인 완패를 당했다. 가히 '크레이븐 코티지의 굴욕'이라고 표현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듯 싶다.

특히 이날 맨유의 경기 내용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전술적으로 뭔가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내용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직후 'MU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선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도 빛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비수들의 복귀가 절실하다"며  "수비수들이 다시 돌아와야 정상적인 우승 경쟁이 가능하다. 그들이 복귀한다면 역전 우승은 분명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퍼거슨 감독은 이날 풀럼에게 패한 주된 원인을 수비라인이 제 역할을 못해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 셈이다.

총론적으로 볼때 퍼거슨 감독의 지적은 맞다.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 게리 네빌 등 팀의 주축 수비수들이 모두 부상에 신음중이고, 백업 수비요원들도 상당수 부상중인 관계로 마이클 캐릭, 대런 플레쳐와 같은 미드필더 요원들이 수비라인을 메우는 현 상황에서는 올시즌 준수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풀럼의 공격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데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만을 놓고 판단할 때 맨유가 이처럼 대량 실점을 당한데는 전반전에 플레쳐, 리치 드 라예, 캐릭으로 3백을 구성한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 가장 치명적인 판단착오였다.

맨유의 이날 3백은 미드필드진과의 간격 유지에 실패, 폴 스콜스가 공을 끌다 빼앗긴 이후 머피에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을 내줬을 뿐 아니라 전반 내내 측면 공간을 고스란히 풀럼의 측면 공격진에 내줬다. 1차적으로 수비진간의 호흡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미드필드진과의 호흡에도 문제를 드러내며 경기 초반 풀럼에 기선을 제압당하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수비전술을 택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퍼거슨 감독이다.

물론 맨유는 3백에서 4백으로 수비라인에 변화를 준 후반에도 킥오프 하자마자 자모라에게 기습적인 추가골을 얻어맞았지만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반전에 3백 형태의 수비전술을 들고 나온 것은 분명 퍼거슨 감독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날 맨유의 경기내용에서 수비보다 사실상 더욱 더 심각했던 부분은 공격이었다.

우선 라이언 긱스의 부재가 가장 아쉬웠지만 그보다는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던 스콜스와 안데르송, 대런 깁슨 같은 선수들을 습관적으로 기용했던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날 맨유의 미드필더진 가운데 제대로된 '챤스 메이커'는 발렌시아 정도였고, 스트라이커 가운데는 웨인 루니만이 고군분투했다. 맨유의 공격진은 이날 오른쪽 측면의 발렌시아에 많이 의존했고, 미드필드를 생략한 '킥 앤 러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쪽 하나 효과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없었다. 좌우측면 공격의 밸런스가 무너지다 보니 풀럼 수비진은 맨유의 공격루트를 쉽게 읽어낼 수 있었고, 맨유는 좀처럼 기회다운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런식의 경기 내용이 전개가 되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기용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수비적인 역할에 비중을 둔 중앙 미드필더나 발렌시아의 오른쪽 측면에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왼쪽 윙어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박지성이지만 퍼거슨 감독은 끝내 박지성 카드를 꺼내어 들지 않았다.

답답한 경기가 지속될 때 이를 풀어줬던 베테랑 긱스가 없었다면 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박지성이 나섰어야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그 대신 직접적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판단한 베르바토프와 웰백 등 스트라이커를 교체투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올시즌 맨유의 한계를 더욱 더 분명하게 보여줄 뿐이었다. 

이날 경기는 후반 12분경 베르바토프 투입 이후 10분 안에 맨유의 만회골이 나오지 못하면서 사실상 끝났다. 웰백이 이후 들어가기는 했으나 이는 그야말로 요행수를 바란 선택에 가까웠다.

결론적으로 퍼거슨 감독은 이날 수비라인 구성과 용병술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그 자신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비진의 공백을 패인으로 말했지만 수비라인의 붕괴 만으로 이날 당한 '크레이븐 코티지의 굴욕'을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