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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스 감독, '금빛' 업적 퇴색시킨 '싸구려' 처신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사우리아라비아 리그 알 아흘리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알 아흘리는 26일(한국시간) 클럽 공식홈페이(alahlisaudi.net)를 통해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아흘리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25일 알 아흘리와의 계약서에 정식 서명했다. 파리아스 감독과 알 아흘리의 계약기간은 1년 6개월이며 연봉은 250만 달러(우리돈 약 2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아스 감독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알 아흘리를  이끌게 된다.

이로써 200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위 입상 직후 파리아스 감독이 포항 구단에 '시한부 결별'을 통보하면서 불거진 그의 거취 문제에 관한 논란은 클럽 월드컵 기간중 축구 이적 전문 매체인 <IM스카우팅>이 제기한 이적설 대로 파리아스 감독이 알 아흘리행을 결정짓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파리아스 감독은 <IM 스카우팅>이 이적설을 제기했을 당시 '포항과의 계약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클럽월드컵 직후 가족들의 휴식과 교육문제를 이유로 포항 구단에 1년간의 안식년을 요구하며 '시한부 결별'을 통보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말들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알 아흘리와의 정식계약 시점을 보면 파리아스 감독이 언론이나 구단에 결별을 말하던 시점은 아직 알 아흘리와 계약을 맺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간의 진행과정을 보면 사인의 시기만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파리아스 감독이 그동안 K리그에서 보낸 5년간 포항에서 이뤄낸 눈부신 업적을 상기해 볼때 그가 포항 구단과 이별하는 방식은 그 눈부신 업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고 어설프고 보기에 따라서는 비겁하기까지 하다.

포항 팬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여기서 '비겁하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비즈니스에 가족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물론 알 아흘리 구단이 그동안 파리아스 감독이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겪었던 가장으로서의 어려움과 고민(가족을 돌봐줄 도우미의 불안정한 신분이나 자녀들이 다닐만한 국제학교의 부재 등)을 해결해주는 조건을 옵션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 점이 파리아스 감독으로 하여금 이적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이유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이유로 이적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 구단에 가급적 빨리 솔직한 입장을 전달하고, 양해를 이끌어내고 포항 구단을  설득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포항 구단과 파리아스 감독은 이미 몇 개월전 2년간 재계약에 합의한 상태였고, 포항은 파리아스 감독의 신분 변화나 거취문제에 '알권리'가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포항의 구단 사장에게 마저 뒤늦게 '시한부 결별'을 통보했고, 그 통보 역시 거짓말이었다는 점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행동이다.

계약기간중 이적과 계약 파기가 비일비재한 축구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파리아스 감독의 이적 자체가 그를 배신자로 몰 만큼의 천인공노할 부도덕한 행동은 아닐 수 있다. 설령 그가 알 아흘리가 제시한 거액의 연봉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도 냉정한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포항과 이별하는 이번 과정에서 남긴 가장 큰 아쉬움은 K리그 감독 누구도 이뤄내지 못했던 커다란 업적을 거둔 외국인 감독으로서 자신이 몸담았던 구단, 그리고 그 팬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고 비겁한 처신으로 그를 클럽의 전설이자 가족으로서 자랑스럽게 여겼던 포항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