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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치 감독, '옛제자' 박찬호의 선발투수 꿈 이뤄줄까?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불펜투수로서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가 올시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인 빅리그 선발투수 자리를 위해 필리스와 작별을 고했다.

최근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박찬호의 차기 행선지는 대략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에인절스 정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그 가운데서도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신문 <크로니클>의 한 기자가 연초 블로그에서 샌프란시스코 구단 내부에서 박찬호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고 전한바 있고, 최근에는 다른 한 언론에서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한 관계자가 최근 박찬호를 팀의 제5선발 후보로 거론한 것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른 구단에서 대부분 박찬호를 불펜투수로 영입하려는 것 태도인 것과 달리 샌프란시스코가 그를 선발투수 요원으로서  영입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내부에 20세의 신예 좌완 메디슨 범가너 외에 마땅한 제5선발 요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샌프란시스코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이 박찬호의 옛스승 브루스 보치 감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치 감독은 현재 메이저리그 내에서 박찬호의 선발투수에 대한 열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지도자이며 박찬호의 선발투수에 대한 꿈을 이뤄줄 사실상 유일한 감독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박찬호와 보치 감독의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치 감독은 박찬호가 지난 2006년 샌디에고 파드리스에서 활약하던 당시 샌디에고의 감독이었다.

2006 시즌을 개막을 앞두고 박찬호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지만 시즌 초반 샌디에고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실패했다. 박찬호는 내심 WBC 참가 이후 팀에 합류해도 선발진에 한 자리쯤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보치 감독은 박찬호로 하여금 불펜에서 시즌 개막을 맞게 했다.

하지만 박찬호가 불펜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는 4월 초순이 지나면서 팀의 선발투수였던 숀 에스테스가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곧바로 4월 중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했고, 이후 연이은 호투로 팬들로부터 '에이스 브레이커'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상대팀의 에이스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다. 그러는 사이 5선발이던 그의 위상은 어느새 팀내 3선발의 위치에 까지 올랐다.

보치 감독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또한 선발탈락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불펜에서 흔들림없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킬줄 아는 성실한 박찬호의 모습 역시 직접 확인했다. 박찬호가 2006 시즌 막판 불의의 장출혈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등판이 불투명해졌을 때 끝까지 박찬호를 기다려준 사람이 바로 보치 감독이고, 완전치 않은 몸의 박찬호를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려준 이도 보치 감독이다.
 
2006 시즌 이후 보치 감독은 자리를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그해 샌디에고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박찬호도 보치 감독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갈뻔 했지만 결국 가지는 못했다.

보치 감독과 헤어진 박찬호는 이후 2년간 뉴욕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부진하다 LA 다저스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이후 선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리스로 이적, 2009 시즌 초반 선발 자리를 꿰차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선발투수로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불펜으로 강등됐다.

물론 박찬호는 이후 필리스의 불펜투수로서 성공시대를 열며 꿈의 월드시리즈 무대에까지 섰지만 박찬호의 여전한 희망사항은 선발투수이고, 옛스승 보치 감독과 함께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와 보치 감독이 한 팀에서 인연을 맺은 기간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지만 보치 감독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먹튀'의 오명을 안고 쫓기듯 이적한 샌디에고에서 박찬호에게 재기의 희망을 불어넣어 준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찬호와의 인연은 보통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찬호와 보치 감독의 4년 만의 재회가 이뤄질지, 그리고 박찬호의 재기 과정을 직접 이끌고 지켜봤던 보치 감독이 옛제자 박찬호에게 선발투수로서 빅리그 마운드에 우뚝서는 기회를 줄 수 있을지 여부는 박찬호에게나 박찬호의 팬들에게 무척이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