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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에 대한 다른 생각들 [프로야구]


프로야구 연장전에 대한 논의, 아니 정확히는 12회 연장과 무승부 규정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합니다.
지난해부터 바뀐 룰, 12회 연장과 무승부는 결국 패배로 기록되는 규정이 올 프로야구도 계속될 듯 한데요.
이 룰은 승률 계산을 할 때, 무승부를 포함한 경기 숫자에 승리 숫자를 나누다보니, 결국 무승부는 패배나
다름없게 됩니다.



지난해, 역대 최장 시간 경기로 기록됐던 지난해 5월 21일 광주구장의 혈전은 13대 13, 무승부였습니다.
KIA와 LG의 경기는 5시간 58분이나 펼쳐진 끝에 두 팀 모두에게 패배만을 안겨줬는데요.
뭐, 8개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결정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승부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시행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현행 대로 하기로 했다는 거, 
그런데 이 의견부터 뭔가 스스로 논리성을 가지지 못한 듯 합니다.

2008년에 도입됐던 "끝장승부", 역시나 무승부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된 새로운 룰, 무제한 연장전!
새 규정은 여러 불만들과 마주했죠. 선수들의 지나친 체력소모, 관중들의 귀가불편 등의 부작용...
결국 1년만에 사라지고 말았는데요. 이번에는 1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또 합니다.


사실, 프로야구에서의 연장전은 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야구의 특성상, 9회까지 펼쳐지는 정규이닝에 거의 결과에 이르곤 하죠.
개인적으로 야구장을 찾았을 때, 연장전을 만나면 왠지 야구팬으론 신나는 기분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왠지 모르게 귀한 경험을 한다는 생각, 돈을 벌었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선수들이야 힘들겠지만, 철저하게 대등했던 경기의 결과로 이른 연장전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특히, 사투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감동도 함께합니다.


물론, 라디오나 TV중계를 위해, 혹은 현장 취재나 제작을 위해 일로 야구를 만나면서는 연장전이 마냥
즐겁진 않았습니다. 피로도 더해지고,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집니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최장시간의 연장전은 2006년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한화의 경기.
연장 15회까지 장장 5시간15분이나 걸렸지만, 경기는 1-1로 끝나서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왠지모를 감동과 치열함이란 느낌이 강하게 남겨진 경기이기도 했죠.-



또, 야구중계를 연출하며 연장전에 접어들면, 모든 스텝들의 피로도가 중계차로 쫘악, 모아지는 그런
불편함까지 느껴집니다. 물론, 디렉팅을 하는 저희들도 피곤해지긴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더 힘들게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또 더 뜨거운 응원을 펼치는 관중들을 보면 연장전의 순간들,
아름답단 느낌과 함께, 숭고함도 느껴지는데요. 그 순간들이 결국 무승부로 끝날 때, 그것이 결국 진 경기가 된다는 건 그 치열함과 수고스러움의 결과로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는 거.

무승부 자체가 없는 "끝장승부"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면, 그런 여건이 가능하고 그런 환경이 허락한다면야, 가장 좋은 답이 될 터.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굳이 무승부를 패배로 만들어서 무승부를 줄인다는 논리로 그들의
3이닝을 값없게 만들어야 할런지, 깊은 의문이 남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무승부=패배, 연장전의 가치와 그 수고들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정 결과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함께 하네요.
또, 많은 야구팬과 현장의 목소리가 이 제도에 그토록 아쉬움과 반대를 말하지만, 결코 받아드려지지 않는
모습에 600만 관중시대란 목표가 더욱 공허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