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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WWE가 제공한 인생역전의 기회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관점이 달라지면 결과도 변하게 된다. 공부나 운동으로 순서를 정하면 여하튼 등수는 나오겠지만 만약 다른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한다면 순서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어른들의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잘 사는 건 아니라는 말씀은 사회생활은 공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기에 나오는 것이리라.

사실 프로레슬링은 모호하다. 실제 경기도 아니고 승부가 정해졌음에도 이상하게 거기에 열광하는 팬이 있고 미국의 WWE 같은 경우는 매주 600만 명 가까이 시청하면서 비록 공중파는 아니지만 케이블에서는 정상권에 있기에 나름 회사는 탄탄한 편이다. 물론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기업이라는 곳은 이윤창출이 목표라는 점을 본다면 WWE는 무척 우수하다. 한 해 매출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같은 유럽 축구팀과 같은 반열이며 경영상으로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유럽 축구 명문팀들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이 단체에 속한 선수들은 스펙을 따지는 우리 사회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렇게 우수한 인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의 간판 존 시나는 스프링 필드 칼리지라는 비-명문대의 풋볼선수였으니 운동선수로서는 성공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인재였다. 우연한 기회를 노리는 미국 20대 초반 젊은이들처럼 존 시나는 캘리포니아에서 헬스클럽 강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중간에 리무진 운전도 했고 프로레슬링 도장에 입문했으나 기량으로는 그렇게 선호되는 선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언변과 카리스마 있는 외모로 WWE에 발탁되었고 타고난 성실함으로 단체의 간판을 꿰찼다. 시나는 작년엔 180회가 넘는 경기, 영화촬영, 다양한 방송활동으로 WWE 내에서는 최고로 많은 수익을 올렸으니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인생역전이라 볼 수 있겠다.

몬텔 본테비우스 포터 MVP는 철없던 10대 시절 무장 강도라는 무서운 범죄를 저질러 15년을 언도받았다가 모범수로 9년 반 만에 석방되었지만 20대를 송두리째 날린 과거가 있었다. 감옥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는 간수를 만나 눈을 떴고 정신 차리고 매진했으며 일본 경기를 보고 꾸준하게 공부하기에 비록 지금 최고의 선수는 아니지만 과거의 실수로 인해 잃어버린 삶을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 할 수 있겠다.

혼스워글은 키가 1m도 되지 않는 난쟁이이지만 그래도 방송에 고정적으로 나오면서 특히 아이들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애우들이 집 밖에 나오기 어려운 무서운 나라 대한민국과 달리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다는 면은 참으로 보기가 좋다. 프로레슬링의 스타들은 대다수가 엘리트 체육인과 거리가 멀긴 하지만 이 분야의 독특한 기준에 부합되었기에 적지 않은 금액을 받으면서 수많은 나라에서 인지도를 갖게 된 스타가 된 것이다.

이를 다양성으로 해석하고 싶다. 공부를 잘 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축구를 잘 해서 각광받는 친구가 있고 프로레슬링에 적합한 인재가 있는 반면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서 인정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물론 필자도 IMF 이후 취직했던 세대이기에 이런 문제에서 낯선 건 아니지만 너무 일률적으로 특정한 자격만을 요구하는 상황을 보면 답답하기까지 해진다. 물론 고용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도 좋은 인재를 쓰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므로 그걸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성이 통용되는 시스템이 우리에게 좀 더 많아진다면 우리사회에서 소위 ‘패자’로 여겨질 수 있는 이들도 새로운 기준에서 볼 때 보석처럼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