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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18년 역사 ECW의 퇴장



프로레슬링에서 ECW가 지닌 의미는 다양하나 1994년 개명되어서 하드코어 방식의 경기를 구사하는 익스트림 챔피언십 레슬링이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긴 단체라 할 수 있겠다. ECW의 1기는 1992년부터 1994년 사이 이어진 동부지역의 이스턴 챔피언십 레슬링이었으며 1994년에서 2001년까지 이어진 폴 헤이먼 하의 ECW는 하드코어 방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매니아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2001년 파산한 ECW는 2006년 뜬금없이 WWE 하에서 부활했으나 WWE 산하 3위 브랜드로 봐도 무방했다. WWE 하의 ECW는 과격한 경기보다는 신인육성의 의미가 컸는데 최근 시청률이 부진하자 방송사와 WWE는 협의 하에 기존 체계를 바꾸기로 하면서 결국 ECW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채널에서 바로 사라지기보단 개명된 WWE의 새로운 방송이 이어질 것이라 한다.

프로레슬링은 이미지상 문제로 인해 시청률이 높음에도 붙는 광고는 상대적으로 저가이다. 이에 방송사에서는 평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프로레슬링을 배치하는 경향이 큰데 이런 성향상 채널에서 프로레슬링은 가장 시청률이 높아야 생존이 가능한 포맷이다. WWE의 간판 RAW는 500만에서 600만 명이 매주 월요일 시청하기에 미국 케이블 상에서는 정상권이며 스맥다운은 이제 운명이 불투명해진 마이 네트워크 TV의 간판이다. 상대적으로 최근 출범된 ‘슈퍼스타스’란 프로그램은 인지도가 약한 WGN에선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ECW가 방영되는 ‘사이파이(Syfy)' 채널에서의 상황이었다. 공상과학이나 엽기 괴물이 출몰하는 채널에 배치된 프로레슬링이기에 그 분야 사람들은 프로레슬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고 초기엔 채널 평균보다 1.5배 이상 높은 시청률을 올렸지만 점점 신인육성의 성격이 커지자 서서히 떨어지면서 평균으로 수렴되었고 이를 채널에선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이에 WWE는 신인선수들을 출연시키는 NXT(넥스트 제너레이션)이란 프로를 편성하고 기존 선수들은 RAW와 스맥다운으로 이적시킨다고 결정한 것이다.

프로레슬링은 방송의 시대에 들어와 프로그램의 한 형태가 되면서 생존을 위해 시대 및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였다. 심지어 같은 이름을 공유했던 ECW도 폴 헤이먼 산하에서와 WWE 내에서 너무도 다른 성격을 띠기도 했을 정도이다. 재미있게도 매니아들로 볼 수 있는 폴 헤이먼 산하의 ECW 팬들은 WWE 산하의 ECW를 비난했으나 정작 1990년대 ECW는 적자만 늘어났던 것에 반해 WWE 내의 ECW는 과거와 시청률은 비슷하나 제작비가 적게 들기에 오히려 경제적으로 보면 더 나은 독특한 상황이었다.

1970년대엔 방영권의 한계가 있으면서 소식도 해외에 널리 퍼지지 않았기에 각 지역별로 최강자가 있었으나 점점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프로레슬링은 WWE 위주로 재편되었고 타 단체들은 겨우 연명만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레슬링 시장은 줄어들었으나 WWE가 탄탄한 경영을 보장받으면서 강자로서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새로운 혁명을 꿈꾸었던 ECW는 결국 WWE 산하에 들어와서 껍질만 남은 채 이젠 그 껍질마저 잃게 되었다.

특정 거대 집단에게 몰리는 현상은 프로레슬링의 WWE뿐 아니라 가까이는 격투기의 UFC가 있고 멀리 보면 재래시장과 마트, 소규모 커피점과 대규모 커피전문점의 차이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양성보단 유명브랜드와 1위 상품을 찾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더욱 이런 움직임은 가속화 될 것이다. 누군가가 계속 1위만을 찾는다면 과연 그 사람은 1위와 같이 갈 수 있을까? 계속 1등에게만 쏠리는 현상이 두려운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