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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맨유 후원과 오세훈 시장의 자화자찬



오세훈 서울시장이 케이블 채널 <TV N>의 인기 프로그램인 '택시'에 출연, 서울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원계약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오 시장은 지난 2008년 6월15일 FC서울 - FC도쿄 친선경기가 있던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시축과 축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축사를 하려고 마이크 앞으로 다가서는 순간 관중들이 일제히 불어대는 나팔 소리를 듣고 처음엔 자신에게 보내는 환호인줄로 알았다가 곧바로 자신에게 보내는 야유임을 인지했다. 당시 경기장에는 4만2천여명의 관중들이 운집한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때 다리가 풀릴 만큼 당황했었다"고 술회한 뒤 "나중에 알아보니 FC 서울 팬들께서 서울시가 FC서울에는 서울시가 지원을 안하면서 맨유에게는 30억원을 들여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야유를 보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후 오 시장의 해명이 이어졌다. 그의 해명내용은 대략 이렇다 '서울 팬들은 서울시가 맨유에 30억을 그냥 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맨유에 30억을 그냥 준게 아니라 맨유의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릴 때 서울시 홍보 문구를 전광판으로 내보내는 댓가로 주는 후원계약을 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오 시장은 "이와 같은 팬들의 '오해'가 풀린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며 지난 2008년 11월 16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프리미어리그 100호골(스토크시티전)이 성공되던 당시 호날두가 골이 들어간 스토크시티 골문 뒷편 광고판에 서울시에 대한 홍보문구(Visit KOREA, Discover SEOUL) 가 광고판에 나오는 장면(아래 동영상 참고)이 TV 카메라에 잡힌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그때부터 팬들이 인정해 주시기 시작했다"며 "서울시가 맨유에 30억을 내고 후원을 해서 광고효과로만 3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자랑했다.

한 마디로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외부의 적' 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에서 치고올라오는 차기 시장 후보자들의 견제에 똥줄이 타는 오 시장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역효과만을 불러오지 않을까?

다른건 제쳐두고 오 시장이 서울시와 맨유의 후원계약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각에 대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착각에 대해 지적해 보고자 한다.
 
일단 팬들은 처음부터 서울시가 맨유에 30억을 그냥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후원 계약 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았다는 것이다.

팬들이 화가 난 부분은 맨유에 연간 30억을 들여 서울시가 FC서울에는 맨유에게 후원한 액수의 10분의 1이라도 금전적으로 후원해봤냐는 것이었다.

물론 상암구장 사용에 관한 부분에 있어 편의를 봐주는 부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서울시가 상암구장에서 서울의 홈경기가 열릴 때 경기장 사이드의 A보드에 단돈 1백만원 짜리라도 유료로 광고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이 대목에서 오세훈 시장이나 서울시 홍보 담당자가 '그렇다면 서울시에서 왜 FC서울의 홈구장 광고판에 광고를 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오 시장이나 서울시 홍보 담당자가 혹시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해서 말하자면 FC서울은 이미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인지도를 가진 구단이며 그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거나 K리그 경기를 펼치는 장면이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TV로 방영된다.

서울시가 이런 정도의 홍보효과에 걸맞는 수준의 액수로, 맨유에 대한 광고 후원액수 보다는 적을지라도 FC서울 홈구장 광고판에도 유료 광고를 집행했더라면 일본의 수도를 연고로 하는 구단과의 친선경기라는 잔칫날에 제 집 식구라고 할 수 있는 서울팬들에게 집단 야유를 받는 망신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 시장의 두번째 착각은 호날두의 100호골 직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서울시의 맨유 후원에 대해 공감하고 인정하는 축구팬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이 누구로 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가 FC서울의 팬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택시'에서 시민들로 부터 받는 질책과 비판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비판은 없다고 생각한다. 100% 소화하겠다. 더 질책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FC서울 팬들이 서울시의 맨유 후원에 대해 항의한 '그날'의 사건은 서울시의 맨유 후원에 대한 본질에 대해 어떤 오해나 착각 없이 이루어진 근거있는 비판이었고 항의였음을 오 시장은 알아야 한다. 아울러 오 시장이 자랑하는 '300억 효과'에 대해서도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시정홍보도 좋고, 선거운동도 좋고, 이미지 관리도 좋다. 하지만 제대로된 '소통'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