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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아사다, 쇼트 프로그램 4.72점차의 의미




김연아는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78.50점(기술점수 44.70, 예술점수 33.80점)을 받아 2위에 오른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 73.78점)와 모친상의 아픔을 딛고 출전을 감행, 3위에 오른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71.36점)를 제치고 1위로 쇼트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라이벌로 꼽혀온 김연아와 아사다는 예상대로 각자 이번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 바로 앞선 순서인 5조에서 2번째로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 세 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흠잡을데 없는 연기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쇼트 프로그램에서 7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들었다. 


아사다가 73.78이라는 고득점으로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와 함게 기쁨을 나누고 있는 순간 TV 중계 카메라는 연기를 준비중인 김연아를 비췄고 그때 김연아가 잠깐동안 입을 삐죽거리는 표정을 짓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알듯 모를듯한 그의 표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1분이 지나기 전에 김연아는 아까 지었던 그 표정이 아사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임을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과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키고 있었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가볍게 성공시킨 김연아는 이후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 점프 마저 완벽하게 성공시켰고, 이어진 스텝, 스핀 연기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권총을 쏘는듯한 마지막 엔딩 동작이 끝난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 1위를 확신하는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국 김연아는 역대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고점을 받았다. 아사다와의 점수차는 4.72점. 10점 이상 차이가 났던 최근 쇼트 프로그램 맞대결 양상 보다는 다소 점수차가 작았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쇼트 프로그램부터 김연아에게 리드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을지도 모를 아사다의 기를 꺾어 놓기에는 충분한 점수차였다.

특히 4.72점이라는 점수차는 김연아에게 심리적으로 한결 편안한 상태에서 프리 스케이팅에 임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를 벌어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김연아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아사다에게 역전패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을 현저히 줄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점수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정상적이라면 김연아가 우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기는 하나 올림픽과 같은 상상 이상의 심리적 중압감이 선수들의 두 어깨를 짓누르는 대회에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오로지 승리의 여신 만이 그 답을 알고 있는 문제다.  

그런 대회에서 1-2점의 근소한 점수차는 심리적 중압감에서 오는 미세한 동작에서의 실수가 곧바로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5점에 가까운 점수차라면 김연아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약간의 실수를 범하더라도 곧바로 평정심만 되찾는다면 어렵지 않게 아사다를 비롯한 경쟁자들의 추격을 제쳐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점수차라는 점에서 4.72점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는 점수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