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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연아노믹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아버지가 피살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전격 은퇴를 발표한지 수 년 후 친정팀인 시카고 불스를 통해 NBA 프로농구 무대에 복귀를 선언했을 때 시카고 지역 증시가 들썩거렸다는 말이나 일본 프로약 최고의 인기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재팬시리즈를 제패한 해에는 일본의 경기도 일정 정도 상승효과를 얻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결국 조던이나 요미우리로 인해 좀더 많은 돈을 버는 개인과 기업이 존재한다는 말이고, 그런 개인과 기업들이 체험하는 매출 증가 내지 마케팅적 성과들이 모여 '효과'로 불릴 만한 일정 수준 이상의 가시적인 경제적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들은 프로 스포츠 시장이 크고 스포츠 마케팅으로 인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큰 프로 스포츠 선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서 우리나라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느껴져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나라도 한 명의 스포츠 스타로 인해 앞서 언급한 종류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통해 여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대회, 세계선수권, 동계올림픽)'을 달성한 '피겨 여제' 김연아.

김연아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을 일약 세계 피겨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만들어 놓았을 뿐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도 박찬호(뉴욕 양키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이른바 '1인 기업'을 이룬 스포츠 스타가 됐다.  여자 스포츠 스타로서는 최초다.

그러나 그 경제적 효과나 가치면에서는 분명 박찬호나 박지성이 갖는 '그것'을 몇 배는 넘어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연아가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현대자동차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중 700억원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역시 김연아를 모델로 핸드폰, 에아콘 광고를 했던 '올림픽 파트너'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의 몇 배에 달하는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하우젠 광고에 김연아가 출연하기 전에는 삼성전자의 판매 경쟁력이 다른 경쟁사들 대비 66%에 그쳤던 데 반해, 출연 이후에는 90%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로 인해 삼성전자  일각에서는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하우젠 에어컨이 LG전자의 휘센에어컨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외에도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다양한 업체(스포츠용품, 제과, 화장품, 액세서리, 생수, 세제 등)들이 김연아 특수에 톡톡히 재미를 봤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연아의 자필 에세이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판매량이 65% 이상 치솟았고, 김연아가 경기에서 착용한 귀걸이를 제조한 업체는 연일 날개돋힌듯 팔려나가는 '김연아 귀걸이' 때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G마켓에서 김연아의 이름을 딴 립스틱과 이어폰의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옥션에서도 김연아가 광고 모델로 나선 화장품 판매량이 동계올림픽 이후 25% 증가했다. 또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이 진행된 지난 24일부터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된 26일까지 관련 이벤트 참여율이 전주 동기(17∼19일)에 비해 230% 폭증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기업들이 앞으로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에 즈음한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통해 김연아 특수의 달콤한 과실을 수확할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이쯤되면 일각에서 "대한민국을 김연아가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한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김연아 한 사람으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에 창출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 이른바 '연아노믹스'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와 국가 브랜드 제고효과는 적게는 수 천억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금메달을 통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금액으로 산출하면 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분석은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한-일월드컵 효과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KOTRA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1% 높아져 100억달러(약 12조원)의 효과를 본 것으로 발표한바 있다.

김 교수는 "김연아 금메달의 경제적인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무형의 성과를 수치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관심과 세계 수준인 김연아의 지명도 등을 고려하면 김연아의 금메달을 통해 국가 이미지가 0.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아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의 '원가'는 500달러쯤 된다고 한다. 그러나 김연아는 그 500달러 짜리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원가'와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연아노믹스'의 실체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수 년간 김연아 스스로 꾸준히 유지해온 세계 최정상의 기량과 성적, 그리고 김연아 개인이 지니고 있는 '좋은 이미지'가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