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주먹보다 법이 무서운 격투가들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살면서 정말 무서운 건 법이란 것을 느끼는 분들이 적진 않을 것이다. 그건 강력한 격투가나 프로레슬러들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WWE 같은 단체는 수많은 소송을 겪는 터라 아예 사내에 변호사를 고용해서 각종 소송에 대응하고 있기에 그런 경험 덕분인지 승소율이 꽤나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에서 법적인 문제가 대두된 일이 있으며 특히 소송의 천국 미국에선 법정에서의 만남은 비일비재하다. 만약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주게 되는 경우 순식간에 빈털터리로 전락할 수 있는데 최근 그런 안타까운 사례가 나왔기에 소개해볼까 한다.

격투기 초창기의 간판스타이자 전설인 캔 섐락은 최근 UF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세 차례 경기를 계약했으나 티토 오티즈와 두 차례만 경기한 후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UFC가 제작하는 ‘얼티밋 파이터’란 프로그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으나 악역 코치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당시 라이벌이라 표방하던 IFL의 지도자를 맡게 되면서 계약이 연장되지 못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당시 UFC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을 받지 못했다면서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본인의 계약서도 읽기가 부담스러운 게 일반적이니 남의 소송내용이야 스크롤을 빨리 내릴 사안이므로 결론으로 바로 넘어가겠다. 법정에선 UFC의 손을 들어줬고, 계약서에 의거해서 법정 소송비용까지 섐락이 UFC에 물어야 할 처지가 되었기에 그의 재정 상태에 큰 짐으로 다가올 듯하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호세 칸세코가 격투기에 뛰어들어 뻔히 질 줄 알면서도 최홍만에게 도발했다가 처참하게 무너진 이유는 30만 달러가 훨씬 넘는 국세청 체납 세금 때문이며 앞으로도 갚을 금액이 남았기에 최근엔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프로레슬러 릭 플레어가 말을 번복하면서 링에 복귀했고 동종업계 관계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을 체불하는 이유는 전처들에게 매달 줘야할 돈이 2500만원 이상이기 때문이라 하니 돈이란 참으로 사람을 치사하게 만드는 존재 아닌가 싶다.

프로레슬러 얼티밋 워리어는 WWE와의 소송에서 패했고 WWE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할 상황이 되었으나 WWE가 명예의 전당이란 행사를 위해 워리어를 이용할 계획을 세우면서 그 비용을 받진 않았으니 섐락도 그와 비슷한 UFC의 선처를 빌어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섐락의 소송이란 그 불똥은 엉뚱하게도 얼마 전 온라인상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영화 ‘A-특공대(A팀)’ 촬영하러 떠났던 격투가 퀸튼 잭슨에게 갑자기 튀었는데. 섐락의 소송에서 놀란 잭슨은 5월 29일 라샤드 에반스와 경기하기로 합의했다. 잭슨의 복귀는 반갑긴 하나 은퇴선언과 영화촬영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며 과거의 탄탄한 체형이 아니라는 후문인데  그래도 지난달에 경기에 합의했고 계속 훈련 중이라 경기 때까진 컨디션을 끌어 올릴 것으로 생각된다.

UFC도 그간 여러 소송에 시달렸는데 그 뿐 아니라 각종 법의 규제도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주정부의 결정이 중요하기에 격투기는 각 지역 법률에 따라서 허가가 되거나 불허될 수 있다. 멕시코에선 WWE가 대세라면 최근 캐나다에선 UFC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얼마 전 퀘벡지역의 대회에선 이미 티켓을 다 팔았음에도 주정부의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서 개최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적이 있으며 최근 동계올림픽이 열린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에서도 격투기 대회를 앞두고 여러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래도 세금이 많이 들어오기에 예전에 비해 격투기에 꽤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참으로 복잡한 상황이지만 링에서 보일 모습 말고서도 넘어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 이벤트 사업이라 생각된다. 여하튼 섐락을 비롯한 선수들의 발목을 법적인 문제가 잡지 않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