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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XPORTS가 사라진 아쉬움


최근 이 분야의 방송횟수를 보면 XPORTS가 사라진 아쉬움이 크다. 필자는 XPORTS에 많이 출연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최근 맡고 있는 프로 중 하나는 과거 XPORTS의 스튜디오에서 하고 있으며 해설자로 입문한 2000년 이후부터 알게 된 지인들이 많이 근무했던 채널이기에 더욱 부재가 안타까울 뿐이다.

스포츠 채널의 축소는 스포츠라는 분야의 위축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시청률이 나올 종목들을 택해서 중계를 하는데도 다른 분야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 요즘 케이블 채널에서 연예프로에 밀리는 스포츠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국내야구는 인기를 더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의 대차대조표는 다소 의문부호가 붙는 게 사실이다.

회사의 결정들이야 경제적인 측면에 입각한 것이니 그간 필자가 관심을 가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싶다. 격투기나 프로레슬링 단체들이 경영상 문제가 생기면 사라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기업이라는 곳은 이윤이 지상과제이니까. 다만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스포츠 채널이 경제채널로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스포츠 컨텐츠가 가진 어느 정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면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가 2000년 해설자로 들어왔을 당시 스포츠 채널은 한 곳이었다. 이후 해외 격투물이나 해외축구가 킬러 컨텐츠로 인식되면서 채널의 인지도를 높이는 기폭제가 되었고 한동안 케이블의 강호는 절대지존 만화채널 다음엔 스포츠 채널들로 봐도 무방했다. 최홍만이나 박지성, 추성훈 같은 선수들의 경기는 높은 시청률을 담보했고 필자가 주로 맡는 WWE도 국내 선수가 전혀 없음에도 한동안 케이블의 최강 컨텐츠로 여겨지기도 했으니까.

야구의 인기덕분에 최근엔 야구팬들은 좋아하는 팀을 골라서 볼 수 있는 특혜도 갖았지만 그 이외 스포츠의 팬들은 다소 답답한 상황이다. 연예 PD들의 수요가 스포츠 PD에 비해서 늘고 있다는 것이나 연예기자들이 스포츠 기자 숫자에 비해 점점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 분야의 흐름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XPORTS는 프로레슬링과 격투기도 방영하던 곳이기에 방송사의 부재는 이 분야의 위축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스피릿 MC는 XTM에서 XPORTS로 건너와서 계속 이어졌고 WWE의 스맥다운이나 특별이벤트 등도 XPORTS에서 방영되기도 했었다. UFC도 생방송으로 나갔고 K-1의 옛날 경기들도 선보여지기도 했었던 곳이 바로 XPORTS다.

운이 좋게 국내 단체가 생긴다면 스포츠 채널로 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지만 길이 하나 없어진 것이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격투기나 프로레슬링은 현재 비-스포츠채널에 나가기에 그래도 여파가 덜한 편이지만 국내 단체에겐 선택권이 좁아진 것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최근 격투기나 프로레슬링의 국내에서의 위상도 과거와 같진 않다. WWE는 중단되었다가 다시 방영되지만 과거의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고 K-1도 3개월 만에 반갑게 부활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으며 격투기 컨텐츠에 대한 방송사들의 견해도 이전 같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좋은 채널의 부재는 이 분야에 부정적인 요소임은 물론이고 스포츠에도 안 좋은 소식임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스포츠를 천직으로 알고 있던 이들의 열정에 상처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것은 선수도 해당하며 방송 제작자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회사로서도 경제적인 선택에 의거한 합리적인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그간 노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에게 좋은 일이 있길 빌고 남아있는 다른 스포츠 채널들엔 힘이 실리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