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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침묵, 더 길어지면 위험하다

2006년 6월 24일은 박주영(AS모나코)이 축구선수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이다.  


그날은 바로 2006 독일월드컵 조별예선의 마지막 경기였던 스위스전에서 한국이 0-2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된 날이다. 특히 박주영은 이 경기에서 경기 전반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하는 파울을 범했던 장본인이었다.

당시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스위스전에서 전반 초반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전반 23분 박주영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트란퀼로 바르네타에게 반칙을 범해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하칸 야킨이 올린 프리킥을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골지역 왼쪽에서 헤딩 슈팅으로 연결,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빼앗긴 한국은 이후 스위스를 상대로 맹공을 펼쳤지만 오히려 후반 32분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논란의 추가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박주영이 설기현과 교체되어 벤치로 물러난 후 10여분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필자는 오프사이드 깃발을 치켜올리는 로돌포 오테로 부심과 일직선상에 있던 반대편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고, 당연히 프라이가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옐로우카드를 받을 줄 알았으나 주심의 판정은 그대로 골이라고 선언,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날의 경기는 박주영의 불필요한 파울로 인한 세트피스 허용을 통해 선제골을 내줬고, 두 번째 골을 내주는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았던 판정 등 경기 내내 심판진의 판정도 미묘하게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뿐 아니라 한국팀에 골운까지 따라주지 않는 등 이상하리 만치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최고의 유망주 '축구천재' 박주영의 처음이자 마지막 독일월드컵 출전경기는 그렇게 '하노버의 눈물'로 마무리가 됐다.  

2004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자신은 MVP와 득점왕을 석권하는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 10년을 책임질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주영은 이듬해인 2005년 재학중이던 고려대학교를 중퇴하고 FC서울에 입단, K리그 데뷔 첫해부터 12골을 터트리며 득점 2위에 오르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K리그 그라운드에 그야말로 '박주영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박주영의 이와 같은 활약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박주영이 청소년 대표팀이나 성인 대표팀에서 그랬듯 2006 독일월드컵 무대에 한국의 '영건'으로서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 줄 것으로 기대해마지 않았다. 실제로 박주영은 본 프레레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 월드컵 예선 기간중 중요한 골을 터뜨리기도 했기에 그런 기대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 기다리던 '월드컵 시즌'을 맞이한 박주영은 혹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그를 대표팀에 뽑으려 했던 신임 대표팀 사령탑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었다. 불과 1년전 쉽게쉽게 놀면서 축구하는 듯한 모습에도 연거푸 골을 터뜨리던 박주영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박주영의 골 침묵이 이어지자 당연히 언론도 의구심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에 더욱 더 조급증 내지 조바심이 생긴 박주영의 플레이는 더욱 더 위축되고 부자연스러워지기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박주영의 독일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끝내 박주영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한국이 원정 월드컵 첫 승을 올리던 토고전이나 '아트사커'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예선 두 번째 경기까지 박주영은 피치를 밟지 못했다.

그리고 운명의 스위스전이 임박했던 어느날 대표팀의 숙소였던 벤스베르그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런데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스위스전에 박주영이 선발출전 할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의 컨디션이나 지난 두 경기에서의 결장을 감안한다면 교체출전 정도를 예상할 수 있겠다 싶었던 필자의 예측은 그때부터 빗나갔고, 결국 그날 기자회견장의 분위기 대로 박주영은 스위스전에 선발 베스트 11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또 다시 '월드컵 시즌'이 찾아왔다. 그 사이 박주영은 서울을 떠나 모나코에서 뛰며 프랑스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불과 2개월여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그의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포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박주영이 침묵 중이다. 5경기째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허벅지 부상을 딛고 일어선지 얼마 안됐다고는 하지만 시기적으로 가장 골 감각이 무르익어 있어야 할 시기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 허정무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공격수에게 있어 골이나 어시스트와 같은 공격포인트의 기회는 한 경기에도 수 차례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살려 실제로 포인트로 연결하는 것은 아무 공격수나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5경기 쯤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으로 소속팀에 대해 최대한 기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주영에 대한 현지 언론의 최근 평가가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은 박주영이 열심히 뛰는 만큼의 효율이 팀에게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는 말로 받아들여져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박주영에게 있어 이와 같은 상황이 더 지속되는 것은 곤란하다. 박주영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에 믿음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년전 '하노버의 눈물'을 기억한다면 박주영은 빠른 시간 안에 소속팀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승리를 이끌어 냄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박주영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