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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짬짜미 담합'의 추악한 본질



국내 쇼트트랙 스케이팅 내부에 존재한다고 나돌던 승부조작설인 이른바 '짬짜미'와 국제 대회에서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메달 나눠먹기의 실체가 사실로 드러났다.


국내 대표선수 선발전에 일부 선수와 코치들이 짜고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표선수 구성을 좌지우지 하는 한편 국제대회에서는 메달과 연금을 나눠먹기 위해 부상없는 선수가 부상이 있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겠다고 사유서를 써내고, 그 덕분에 다른 선수가 그 경기에 출전해 메달을 따내는 그와 같은 일이 실제로 존재함이 대한체육회의 감사 결과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가 얼마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끝난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에서 대표팀의 이정수가 코치의 강입에 의해 부상이 없는 멀쩡한 상태임에도 개인전 출전을 포기했다고 폭로함으로써 불거진 이번 논란은 단순히 이정수에게 코치가 출전 포기를 강요한 사실을 밝히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정수 역시 '짬짜미'와 같은 추악한 담합의 공범임을 밝혀내는 결과를 낳았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은 그와 같은 담합의 사실을 밝히는 당사자였던 안기원 씨 조차 그런 담합이 잘못된 일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는고 있는듯이 보였다는 점이다. 국내 쇼트트랙계에 그와 같은 추악한 승부조작이 얼마나 만연해 있었는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이와 같은 사실을 딱 잡아 떼다가 빼도박도 못하고 딱 걸린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한다는 명분으로 이번달에 열기로 예정되어 있던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을 오는 9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해 이정수, 안현수 등 선발전을 준비해왔던 선수들 측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똥 묻고 겨 묻은 개들이 서로 헐뜯으며 진흙탕에 뒤엉켜 그야말로 '개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안이 특별히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세계 쇼트트랙의 최강국임을 자부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 선발전임을 감안할 때 한국 쇼트트랙이 아마추어 스포츠의 순수성과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세계 쇼트트랙의 질서 내지 역사를 완전히 어지럽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밝혀진대로라면 만약 국내 대표선발전에 출전한 어떤 선수가 그야말로 승부 내지 순위 담합의 멤버들의 '이너 서클'에 들어있지 않았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표선수에 선발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없었던 셈이 된다. 설령 그 선수가 턱걸이로 운좋게 대표선수에 선발되었다 하더라도 대표팀 내에서 왕따가 되거나 다른 선수를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주는 도우미 역할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동안 국제 대회에 나섰던 대표팀 선수들이 진정으로 순수하고 정정당당한 승부의 결과로 꾸려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인 것인지, 동계올림픽을 포함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따낸 수많은 메달들의 주인공이 사실은 국내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희생된 그 어떤 이름없는 선수들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도 언급했듯 한국 쇼트트랙의 승부 부정은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국제 스포츠계의 질서를 문란케 한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정식으로 보고하고 메달 박탈 등의 징계를 받을만한 사안은 아닌지, 추가적인 징계(국제대회 출전 정지 등)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문의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쇼트트랙계의 '짬짜미' 관행이 언제부터 이뤄진 것인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자체조사와는 별도로 추가 조사를 벌여 이에 연루된 선수와 지도자들에 대한 연금 혜택 등 각종 수혜들을 소급해서 박탈 내지 회수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