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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파동 진상조사, 국회가 나서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가 동계올림픽에 이어 지난달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출전을 포기한 것이 부상 때문이 아닌 코치의 포기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체육회의 감사결과 사실로 드러난 이른바 '이정수 파동'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표선발전 승부 조작과 국제대회에서의 메달 나눠먹기 문제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사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빙상연맹은 지난 12일 "문화부와 체육회, 빙상연맹 3개 단체가 협의를 통해 공동조사위원회의 구성을 마쳤다"며 "빙상연맹 김철수(대구빙상연맹회장) 감사가 위원장을 맡아 위원회를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

빙상연맹은 "5명으로 이뤄진 조사위원회는 김철수 위원장을 포함해 문화부 1명, 체육회 1명, 빙상연맹 1명, 변호사 1명 등 총 5명으로 이뤄진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체육회의 김용 감사실장이 투입됐고, 문화부에서는 감사실 근무 경력이 있는 정준희 체육정책과 사무관이 합류했다. 또 오영중 변호사가 외부 인사로 영입됐다.

빙상연맹 이치상 사무국장은 "인선을 마친 조사위원회는 14일부터 첫 회의를 통해 조사 범위 등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하고 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드러난 해당 선수와 코치를 상벌위원회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빙상연맹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이나 그들의 부모, 그리고 빙상 관계자들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각종 대회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밀어주기가 횡행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며, 그 배후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빙상연맹의 고위층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 중심적인 인물로 두 명의 빙상상연맹 부회장을 거론한다. 일각에서는 박성인 빙상연맹회장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빙상연맹에서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켜 구성한 조사위원회에 대해서도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사위원장 격인 김철수 감사가 사실상 빙상연맹의 녹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엉뚱하게 애꿎은 선수들만 희생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분명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하자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이 문제를 파헤치는 것이다. 청문회도 개최하고 각종 자료들에 대한 조사도 펼쳐서 한국 쇼트트랙이 어디서 부터 암세포를 키워왔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내는 것이다. 그래서 책임이 있는 그 누구라도 응분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6년 3월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약물 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전 민주당 상원의원인 조지 미첼에게 조사위원장을 맡겼다. 미첼 위원장은 약 1년8개월에 걸쳐 메이저리그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면밀히 조사했고 금지약물을 복용한 80여명의 명단이 담긴 ‘미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만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미첼 보고서'는 총 311페이지 분량으로 미국 의회는 '미첼보고서'를 놓고 청문회를 벌여 상당수의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프로야구 선수가 약물의 힘을 빌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동료 선수들 뿐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속인 행위다. 당연히 스포츠맨십에도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야구의 본고장 미국의 명예를 더럽힌 일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의회가 나섰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이번 파문도 메이저리그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코치와 감독, 선수가 짜고 승부를 담합하고 메달과 연금 등 각종 혜택을 나눠먹기 위해 신체적으로나 컨디션적으로 멀쩡한 선수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태 역시 스포츠맨십의 훼손한 것이고 팬들을 우롱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궁극적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당당히 세계 5위에 오른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한순간에 추락시켰음은 물론 세계 스포츠계에 한국을 비웃음거리로 만든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대한민국의 국회가 나설 '깜이 되는' 사안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