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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이정수-곽윤기, 그들의 운명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와 그의 대표팀 동료 곽윤기가 대한빙상경기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짬짜미 담합'의 당사자로서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받아 사실상 선수생활을 접게 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정수와 곽윤기는 현재 빙상연맹에 징계내용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해 놓은 상황이지만 징계 수위가 조정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정수와 곽윤기의 징계와 관련, 지난달 22일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공동으로 구성한 조사위원회는 이른바 쇼트트랙 파문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빙상연맹에 이정수와 곽윤기에게 '자격정지 최소 1'을 권고한바 있다.


공동조사위의 권고사항이 정해졌을 때 언론이나 빙상계 안팎에서는 이정수 곽윤기에게는 억울하고 아쉬운 일일 수 있으나 빙상연맹 상벌위가 그 공동조사위의 권고사항대로만 징계내용을 확정해 주면 1년 뒤 홀가분하게 새 출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빙상연맹 상벌위는 이정수와 곽윤기에게 조사위의 권고내용보다 훨씬더 무거운 자격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이는 사실상 이정수와 곽윤기의 선수 생명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 없는 결정이다.

당연히 두 선수 측에서는 물론 이번 사태를 꾸준히 지켜봐온 팬들은 크게 반발했고, 한편에서는 빙상연맹 상벌위의 징계내용이 정당한 성격의 징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나름대로 선수들 측의 의견을 반영해 구성한 공동조사위에서 결정한 권고사항보다 현저하게 높은 징계를 결정함으로써 공정성은 물론 공적인 징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최소 침해의 원칙'이나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빙상연맹 집행부가 이미 총 사퇴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사실상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상벌위가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정수와 곽윤기에 대한 징계 수위가 그렇게 높아진 원인을 '괘씸죄'로 지목하고 있다.

상벌위는 이들에 대한
중징계의 이유로 ‘반성 없음'을 들고 있으나 사실은 그 동안 한국 쇼트트랙에 관행처럼 굳어 있던 ‘짬짜미 담합’ 내지 ‘메달 나눠먹기’에 대해 공공연히 발설함으로써 문제를 확대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 쇼트트랙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려 집행부 총사퇴라는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이 이번 '쇼트트랙 파문'을 다루면서 지적한 내용이 '짬짜미' 문제 못지 않게 심각하게 다룬 문제가 '짬짜미 담합'이 공공연하게 자행될 수 밖에 없는 한국 쇼트트랙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시스템이었다.

그와 같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짬짜미 담합' 자체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찌보면 관행화 된 담합의 피해자일 수도 있는 이정수와 곽윤기에게 인위적으로 선수로서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은 정당성과 형평성을 잃은 징계다. 
 

정치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국회 소관 상임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으로서 이번 한국빙상경기연맹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한국빙상경기연맹의 상위 감독기관인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올바른 지도 활동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쇼트트랙이 안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점 자체를 치료하지 않고, 문제에 대한 개선보다는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무거운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개된 비밀이었던 쇼트트랙의 담합과 외압에 대해 우리는 제도개선에 문제해결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 시스템의 개선을 더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빙상연맹 상벌위는 이정수와 곽윤기의 이의 제기에 대해 30일 이내에 재심사를 해야 한다. 재심사에서 원만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이번 쇼트트랙 파문은 대한체육회 재심을 거쳐 법정소송으로 까지 번질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책임질 전도 유망한 선수들이 지금 현역 선수로서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따끔한 질책으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일정기간 근신하게 한 뒤 새 출발을 돕는 것과 '읍참마속'이라는 미명하에 아까운 선수들을 희생시키는 것 가운데 어느쪽이 한국 빙상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빙상연맹의 올바른 태도일지 상벌위는 스스로 신중하게, 그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