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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영원한 '맨유맨'으로 남는 것도 좋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으로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국내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가오는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출국했다. 

박지성은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해 이적설에 휩싸였었다.  

지난 15일 독일의 축구 전문지 <키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노쇠해진 오른족 윙백 게리 네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의 필립 람을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맨유가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키커>와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뮌헨이 박지성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한편 박지성의 영입을 원하는 뮌헨이 선수에 현금을 플러스한 트레이드를 제의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이전에도 뮌헨이 박지성을 노리고 있다며 7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맨유에 제안할 것이라고 전한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보도는 뮌헨이 여전히 람을 놔줄 생각이 없으며,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올 여름 새로운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박지성이 이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맨유를 떠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적설을 '사실무근'으로 인식시키는데 근거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일단 박지성이 2010-2011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만약 박지성이 현재의 바람대로 맨유에서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한다면 그는 맨유 구단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레전드로 기록될 것이다.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국내 축구 팬들도 커다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박지성이 영원한 맨유맨으로 남는 것은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축구선수로서 기량의 원숙함 면에서 최고랄 수 있는 서른 즈음의 나이에 이른 박지성이 영국 외에 다른 나라의 리그에서 다른 축구문화를 지닌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고 새로운 형태의 축구를 경험하는 것도 참으로 좋은 기회가 아닐까?

박지성은 이미 일본, 네덜란드, 영국의 축구를 경험했다. 리그를 옮길 때마다 적응이라는 과제가 선행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리그를 옮기는 일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가까운 기간 내에 다른 국가의 명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측면이 있다.

선수로서 기량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고, 금전적으로도 엄청난 세율의 영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보다 이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축구선수로서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와 같은 장점은 박지성이 장차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지도자 또는 축구행정가로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갈 때 엄청난 밑천이 될 수 있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긴 했지만 박지성의 스타일과 기량이라면 과거의 영화를 되찾아가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뛰는 것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완벽에 가까운 '점유율 축구'로 세계 축구계에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스페인의 축구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탈리아로 날아가 무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터밀란에서 뛰거나 이영표가 이적할 뻔한 AS로마에서 토티와 호흡을 맞추는 박지성을 상상해 본다면?

1980년대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 신화'를 이뤄낸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독일에서만 뛰다 선수생활을 마친 것이 아쉬웠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그였지만 새로운 축구와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셈이다. 그런 아쉬움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차범근 씨는 국내 어느 축구인보다 축구에 관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넓다.

차붐의 계보를 잇는 한국의 월드스타 박지성. 그가 영원한 '맨유맨'으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축구로 유럽 전역을 휩쓸고 다닌 선수로 기억되는 일 또한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