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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한 멕시코 프로레슬러의 치정극, 그리고 요절

현재 세계에서 프로레슬링 인기가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일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월드컵에서 복면 세리모니를 한 선수도 있고 WWE의 RAW와 스맥다운, 그리고 현지의 단체 AAA가 8%를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전통의 CMLL은 3%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기에 적어도 시청률만으로는 최상인 듯싶다. 물론 미국,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정도에서만 프로레슬링이 방송에서 힘이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미국과 인접했고 미국에서 히스패닉인구가 갈수록 많이 늘어나는 터라 향후 두 나라의 동향이 프로레슬링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뜨거운 열기와 달리 멕시코는 치안 불안이란 어두운 면도 있다. 물론 먼 땅에서 해외의 이슈를 접할 때는 과격한 이야기들이 주로 들리는 터라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분야를 통해서 들리는 이야기 중엔 충격적인 일들이 적지 않기에 치안불안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작년엔 난쟁이 선수 두 명이 독살된 일이 있었다. 멕시코 프로레슬링에서 활약하는 작은 선수들이 여인의 유혹을 받아 들뜬 마음에 호텔로 따라갔지만 받아먹은 술엔 약물이 들어있어 실신했다. 범인이 돈만 노렸을 뿐, 목숨까지 빼앗을 의도는 없었던 듯 했지만 작은 사람은 일반 사람의 용량에도 치사량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복용시켰다가 결국 운명을 달리하게 만들고 만다.

총격소리가 들리자 호텔에서 뛰어내려 척추 골절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그나마 낮은 층이었기에 목숨을 건졌고 골절부위가 신경을 건들지 않았기에 마비도 없었지만 자다가 총소리가 들리고, 반사적으로 도망갈 정도의 치안이라면 상당히 불안한 건 맞겠다.

얼마 전엔 총격으로 인한 사망도 있었다. 최근 뜨고 있던 ‘엘 히요 드 시엔 카라스(시엔 카라스의 아들)’란 가명의 이그나시오 지미네즈가 18세 연상의 내연녀 아델라 루나 곤잘레스와 총격을 받아 요절한 사건이다. 외출을 마친 두 사람이 부촌인 멕시코시티의 코요아칸의 집 앞에 주차를 하던 순간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한 둘에 의해 지미네즈는 한 번, 루나 곤잘레스는 다섯 번, 총 여섯 발을 맞았고 신고를 받은 응급요원이 출동했지만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고 만다.

말도 없이 총격을 받았기에 원한에 의한 범죄로 추정되며 그 중 하나는 그녀의 전 남편이라 한다. 지미네즈는 네 명의 자녀와 아내까지 있지만 나이트클럽 사장이자 밀수까지 병행하는 루나 곤잘레스와 내연관계가 되었고 이것이 남편의 결혼문제와 이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자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1978년 생으로 만 32세인 이그나시오 지미네즈는 그간 뜨지 못했던 불행한 선수였다. 기량은 괜찮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달리 주변사람들은 잘나갔기에 더욱 압박이 심했다고 한다. 배다른 형은 미국 단체 WCW에서 인지도를 쌓은 원조 ‘라 파카(L.A. 파크)’였고 삼촌과 사촌 역시 멕시코에선 유명한 선수였다. 현실을 타개하고자 지미네즈는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아무런 혈연이 없던 ‘시엔 카라스’라는 선수에게 아들 행세를 하겠다면서 권리금을 줬고, 복면을 바꿔 쓰자 갑자기 뜨기 시작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들의 실수담이 자주 나오고 있다. 갑작스럽게 성공하자 들어오는 제의에 주체하지 못해 실수한 지미네즈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경우 반작용은 늘 있게 마련이다. 다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도 크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