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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영국 최고 파이터의 실수

마이클 비스핑은 우리나라에선 추성훈, 데니스 강 선수를 꺾은 걸로 유명하고 UFC에게 있어선 영국의 간판선수로서 유럽 시장 공략의 첨병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펼쳐진 UFC 120회 대회에서 추성훈 선수와 싸운 경기는 우리의 뜻과 달리 주최측의 입장에선 비스핑을 배려한 것인데, 그들의 기대대로 승리하면서 자국 메인이벤트 자리를 준 보람을 느끼게 했지만 현재 비스핑은 미국 현지에서 이름을 내걸고 대회를 장식할 정도의 위계는 아니기도 하다. 자국에선 간판을 차지해 한 나라의 흥행은 맡아서 책임지나 미국 내 이벤트에선 두세번째 자리 정도일 뿐, 간판스타로는 아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그는 성격이 좀 있고 최강들을 피해서 전적을 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UFC 127대회에서 펼쳐진 호헤 리베라와의 경기에선 계체량부터 나이 많은 파이터의 감정을 긁더니 경기 중에도 감정대립이 이어졌다. 상대의 머리를 니킥으로 강타했으나 양 무릎을 바닥에 붙인 상태에선 가격을 금지하는 단체의 규정을 망각한 일이었기에 논란이 되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 후에는 사과를 요구하더니 ‘집으로 꺼져, 패배자’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가장 최악은 경기 후 상대의 코너에 침을 뱉은 것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자신을 폄하했다는 이유로 맷 피니라는 코너맨에게 아밀라아제가 듬뿍 든 타액을 선사한 것인데. 그러나 그의 행동엔 제동이 걸렸다. UFC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는 비스핑의 프로답지 않은 행동을 용서하지 않을 전망이며 지금으로선 징계, 혹은 벌금 조치 중 하나를 받을 것이라 하는데.

물론 원인은 호헤 리베라 측에서 영상물을 통해 비스핑을 먼저 자극한 것이지만 경기 중 감정이 섞인 행동은 가볍게 볼 수 없고 상대측에선 반칙으로 가격한 무릎 공격으로 인해 경기에서 말려 패했다고 주장하니 다소 뒷맛이 개운치 않기도 하다.

리베라의 입장에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경기를 홍보하겠단 목적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불혹을 얼마 앞두지 않았음에도 격투가의 삶을 살고 있으며 상대가 자신보다 유명하기에 영상물을 통해 폄하하는 건 어떻게 보면 경기를 알리기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 더 클 뿐, 그걸 놓고서 인간적인 비판으로 잇기엔 무리가 있다.

비스핑은 노장의 상업적인 계산보단 자신에 대한 폄하라면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일을 키웠고 경기 후 사과를 요구했으며 상대에게 악담을 퍼부었다가 타액까지 뱉으면서 약간 일이 꼬인 것이다.

가끔 선수들의 감정싸움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경기의 흥미를 높이지만 다른 이들은 막싸움의 느낌이 난다면서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는데 중요한 건 경기의 홍보와 선수의 감정대립이란 선이 어디에서 절충되느냐가 아닌가 싶다.

지난 앤더슨 실바와 차엘 소낸의 대결은 악담을 통한 경기의 홍보가 백미였다면 브록 레스너와 프랭크 미어는 실제로 감정이 서로 좋진 않으나 여하튼 홍보에 있어선 훌륭했다. 그와 달리 비스핑과 리베라는 경기 후 사태만 알려지면서 비스핑의 악명만 높아지고 리베라는 변명만 하는 처지가 되면서 결과적으론 홍보에 실패했다.

일본 격투기에선 단체가 작은 소재들을 이용해 침소봉대해서 재미를 끌어냈다면 현재 미국 격투기는 선수들이 각개 약진하는 면이 있다. 프로레슬링 식의 홍보가 주를 이루는 일본과 복싱처럼 리얼 파이트로 접근하는 UFC는 기원이 다르니 지금의 현상은 당연하겠지만 미국 격투기도 홍보와 감정싸움의 선을 어느 정도에선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