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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일본 격투가들의 순탄치 않은 행보



한 때는 세계 최고였지만 2011년 들어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몰린 일본 격투기 시장에서 선수들의 행보가 갈수록 순탄치 않아지고 있다. K-1의 대회 개최는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실행은 모호하고 스타 선수들은 밀린 대전료 문제로 인해 소송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나 소송비만 날릴 수도 있을 정도로 모기업 FEG의 경제 상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K-1의 연간 스케줄이 발표되는 건 물론, 상반기부터 적잖은 대회들이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너무도 고요하며 2위 단체였던 센고쿠 역시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일본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스타 길버트 멜렌데즈, 데이브 허맨 등은 미국 단체들과 계약해버린 것이 현재 일본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싶다.

K-1의 시청률은 작년 연말이벤트가 10% 이하인 9.1%를 기록하면서 방송사에서는 더 이상 중계할 의지가 있지 않으며 이미 종합격투기 DREAM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위 단체 센고쿠 역시 대회를 진행하기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에 선수들은 각자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종합격투가들의 경우엔 미국 진출이란 목표를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도 있지만 입식 타격가들은 약간 막막해진 입장이다. K-1이 향후 대회를 할 것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늘 그래왔듯 그들의 말을 액면그대로 믿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의 간판급 종합격투가들은 미국 무대를 노크했다. 야마모토 노리후미, 고미 타카노리, 리키 후쿠다, 오미기와 미치히로 등은 최근 UFC에 입성했고 DREAM의 페더급 챔피언 타카야 히로유키는 UFC가 인수한 뒤 갖은 ‘스트라이크 포스’의 대회에서 로버트 펠랄타에게 1:2의 판정패를 당하면서 챔피언으로서의 체면에 손상을 입기도 했다. 그나마 아오키 신야가 라일 베어봄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미국 선수들에게 약하다는 인식을 깨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갖고 있던 강자의 이미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여장을 하는 등 ‘오타쿠 파이터’로 유명한 나가시마 유이치로는 특이하게도 5월 5일 프로레슬링에 도전한다. 그는 작년 연말이벤트 ‘다이너마이트’에서 아오키 신야에게 KO승을 거둔 것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고 MAX에서도 우승했지만 입식타격 대회 자체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이다. 프로레슬링 계에선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 역시 뚜렷한 흥행이 되는 건 아니기에 일단 급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라 하겠다.

이런 분위기라면 기존 일본 격투기 선수들은 은퇴하고, 새로 유입되는 숫자도 줄어들면서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중소규모 단체에서 활약하고 아르바이트로 생업을 유지하는 정도로서 대회들이 펼쳐질 수는 있겠지만 한 때 세계 최고였던 PRIDE와 K-1 같은 화려함은 나오긴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