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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표도르의 놀라운 승리


표도르가 출전 한 스트라이크 포스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사실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세계에서 방영한 나라가 거의 없던 대회지만 표도르는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지니고 있기에 대회전부터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의 경기를 놓고 크게는 약한 상대와 싸우므로 거품이 끼었다는 것과 그를 절대 강자로 보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전에 밝혔지만 이는 오히려 흥행에 도움이 되는 요소이므로 프로모터로서는 호재로 봐도 무방한 조건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술 분석보단 단체의 흥행이나 프로모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더 익숙한데, 이번 경기에 대해 늘 하던 방식으로 나름의 분석을 해 보겠다.

이번 이벤트는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가 야심차게 기획한 대회였다. 격투기를 어느 정도 우대하는 공중파 CBS에서의 방영이며, 원래는 2010년부터 방영될 계획이었지만 그것을 미리 당긴 터라 주최사의 기대도 컸다. 메인이벤트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표도르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블루컬러 출신으로 무패를 자랑하는 신예 브렛 로저스가 차지했으니 그 의미는 쉽게 폄하될 수는 없다고 본다. 현재 격투기 1위인 UFC만큼 두터운 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단체에선 최고의 카드를 뽑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스트라이크 포스’는 이미 대회를 CBS에 방영하면서 적자를 감수했고, 이전에 방영권이 있던 EXC는 방송사에서 주는 돈이 선수들 대전료의 절반도 되지 않았었다.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도 홍보와 광고수입을 기대하면서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니 최선의 카드를 뽑는 건 당연한 일이다.

2010년 확장계획이 있는 상황에서 뻔 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를 내보낼 수는 없는 게 주최사의 입장이었다. 표도르를 알리는 동시에 흥미진진한 경기가 이들에게는 최선의 목표였을 뿐이고.

이런 상황에선 약자의 승리 가능성도 있어야 경기가 재미있으며 실제로 브렛 로저스는 주최사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정도는 되는 선수였다. 만에 하나 로저스가 이기더라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으므로 자꾸 그의 어려웠던 과거를 부각시키고 그에게는 성조기를 드리웠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브렛 로저스는 최근 UFC가 밀고 있는 헤비급의 케인 벨라스케즈, 쉐인 카윈, 주니어 도스 산토스 등과 더불어서 헤비급의 신진세력이라 본다. 그런 로저스를 꺾은 의미를 폄하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쪽 팬들의 손을 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표도르에 대한 의견은 국내의 것과는 다소 달랐는데 그것은 바로 표도르의 실력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흥행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점이다. 그건 흥행에서 보이는 수치나 그가 있던 단체들의 운명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007년 표도르가 간판으로 나왔던 대회들은 미국 내 흥행에서 꼴찌와 바로 앞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PRIDE 시절 때도 단체에선 그의 선전보단 크로캅의 성공을 바랬을 정도였으니까. 인기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표도르는 이후 미국 내에서 서서히 인지도가 올랐으나 어플릭션 대회를 적자에서 탈출시키지는 못했다. 그래도 경기 위주의 접근을 보이는 미국 격투기 매니아들이 표도르에 대해서 진정하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최근 그는 미국에서 이미 완성된 실력이 아닌 인지도 상에서 간판급 선수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UFC 진출을 놓고 유력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면서 그의 인지도는 더욱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 공중파 방영 후 일반 팬들도 표도르를 알게 된 것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문제는 이것이다. 우선은 이번 부상이 꽤나 오래 갈 것으로 여겨지기에 단체에서 야심차게 꿈꾸는 미래가 다소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음 경기이다. 다음 상대는 안토니오 실바를 꺾은 베흐둠이 꼽히고 있는데, 이 경기에서 만에 하나 표도르가 진다면 스트라이크 포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미국 무대에서 새롭게 밀고 있는 세계 최강을 엉뚱하게도 브라질 선수가 이겨버리면 단체로서는 2010년에 꿈꾸던 야심찬 확장계획에서 간판이 무너진 꼴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참 뒤의 일이기에 어떻게 될지 장담하긴 어려워졌지만.

여하튼 표도르는 철장경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물론 경기 중 불안한 일도 있었지만 최홍만이나 캐빈 랜들맨, 미르코 크로캅,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과의 경기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다. 앞으로 스트라이크 포스와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간다면 UFC의 유혹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 경기 후 부상으로 인해 한참 뒤에 이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상황은 매우 재미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