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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감독, 박지성을 중앙에 세우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배식타스(터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쿼드로 복귀한 박지성이 2일 새벽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칼링컵 8강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대회 4강 진출에 기여했다.

박지성을 비롯해 부상중이던 팀의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한 맨유는 이날 정예멤버를 총동원, 승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던 토트넘을 상대로 대런 깁슨이 기습적인 중거리포 두 방(전반 16분, 전반 38분)을 연속으로 꽂아넣은데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박지성이 올시즌 풀타임 활약한 것은 지난 8월 20일 번리와의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한 이후 시즌 두 번째다.

박지성은 이날 이전과 같은 포지션인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출장, 전반 16분 깁슨의 선제골의 시발이된 패스를 안데르송에게 연결한데 이어 후반 22분에는 스스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고,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팀의 공수를 잘 조율해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특히 이날 박지성의 활약 가운데 주목할 점은 박지성이 후반 막판 중앙 미드필더로서 팀의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날 후반 36분 안데르송을 빼고 조란 토시치를 교체투입하면서 박지성의 위치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박지성은 그동안 측면에 자리하다 공격기회가 나면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흔한 장면이 아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이 팀의 유망주인 측면 미드필더 토시치에게 실전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잠시 박지성에게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맡겼을 수도 있다. 박지성의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박지성이 맨유에서 상황에 따라 중앙 미드필더로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경기 직후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풀타임을 소화한데 대해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90분을 모두 소화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의 몸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어 토시치가 투입된 이후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과 관련, 대표팀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것이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에 "대표팀에서 워낙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기 때문에 오늘 포지션 변경에도 지장은 없었다."고 밝혀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활약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대목에서 추측해 보건대 퍼거슨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 허정무 감독이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한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비록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아닌 '비리그 경기'인데다 유망주들 위주로 구성된 1.5군이 출전한 경기이기는 하나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보직도 무난하게 수행해낸 박지성에게 최근 겪던 포지젼 경쟁에서의 어려움을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