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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변신' 박지성, 현지 언론의 평가는 어땠을까?

[볼프스부르크를 맞아 3-1 완승을 거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진=맨유 공식 홈페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유럽 진출 이후 처음으로 윙백을 맡아 풀타임을 소화했다. 주전 수비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나온 퍼거슨 감독의 '궁여지책'이었지만, 맨유는 되려 원정에서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팀인 볼프스부르크를 격파하는 최고의 성과를 이뤄냈다.

'수비수 변신' 박지성, 현지 언론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날 에브라와 캐릭, 플래처를 수비에 배치하는 3백 포지션을 들고 나왔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전술이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나니와 함께 윙백 역할을 맡아 공수 양면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쳐보였다.

박지성은 경기 후반 팀의 수비라인이 다시금 4백으로 전환되자 이번에는 풀백 역할까지 맡는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항상 1순위로 교체됐던 지난 경기와는 달리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풀타임 출전기회를 부여하며 신뢰를 보내주었다.

물론, 실점의 원인이 된 샤퍼의 크로스를 허용한 것이나 경기 막판 상대팀에 두 차례나 돌파를 허용한 것은 박지성의 실책이 분명했다. 그러나 선수가 전문 수비수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처음 맡은 포지션에 대한 박지성의 전술 이해도와 활약은 훌륭했고 무난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박지성에 대해 잉글랜드 현지 언론들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먼저, <골닷컴>은 박지성에게 팀 내 최하 평점인 5점을 부여했다. 경기 내내 부닥친 상대팀 측면자원 샤퍼를 잘 막아내긴 했지만 에딘 제코의 골로 연결된 크로스 상황에서 너무나 쉽게 돌파를 허용했다는 게 바로 그 이유였다.

경기 내내 같은 포지션을 소화한 나니가 오웬의 헤딩골을 돕는 크로스 하나로 평점 7점을 받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스카이 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평점 7점을 부여했다. 평점에 대한 별다른 해설은 없었지만 박지성 이외에도 이날 선발로 출전한 11명의 선수 가운데 4명이 7점을 받았다. 에브라와 플래처, 캐릭과 오베르탄 등은 평점 8점을 받았으며, 이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팀의 3-1 완승을 이끈 마이클 오웬은 양 팀 최다 평점인 9점을 부여받기도 했다.

맨체스터 지역지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에게 평점 7점을 부여했다. 거의 모든 선수가 7점을 받은 가운데, 박지성에게는 "맨유의 오른쪽 측면을 맡아 풀백과 미드필더를 오가는 활약을 펼쳐보였다"라는 후한 평가가 내려졌다.

반면, <골닷컴>으로부터 평점 7점을 받은 나니에게는 "맨유 팬들을 짜증 나게 했던 특유의 플레이로 소속팀에서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이대로는 힘들다"라는 처참한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이 부여됐다.

이제는 박지성에 대한 깐깐한 시선을 거둘 때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분명 무난한 활약을 펼쳐보였다. 선수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내리기로 유명한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의 평점만을 봐도 그러하다. 실제로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도 플레이 템포를 끊지 않는 특유의 패스와 간결한 돌파로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경기를 펼치는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런 박지성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시선은 냉혹하기만 하다. 골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을뿐더러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실책을 범했다는 게 바로 그 이유다. 그리고 그런 깐깐한 시선이 자꾸만 '박지성 위기'라는 헛된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박지성은 전문 수비수가 아니다. 윙어로서는 분명 뛰어난 수비 능력과 활동 범위를 갖춘 선수가 분명하지만, 그러나 윙어와 전문 수비수가 얘기하는 각자의 '수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박지성은 오늘 그 역할을 비교적 무난하게 잘 소화해냈다. 자칫 힘들 수도 있었던 원정 경기에서 팀은 3-1 완승을 거뒀으며, 맨유는 조 1위를 확정하며 16강에서 비교적 편할 상대와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는 현지 언론과 맨체스터 지역지에서도 동의를 표시한 엄연한 사실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선수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거두고 현지 언론들의 평점을 위안 삼아 박지성의 훌륭하고 무난했던 '수비수 변신'을 기뻐해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