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S파워블로거 닷컴

설기현, 실리없는 이적 추진 우려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 소속으로 최근 영국 현지 언론들로부터 풀럼의 방출 대상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보도된 설기현이 영국 영주권 취득을 추진하는 한편 다가오는 겨울 이적 시즌에 새 소속팀을 찾아 이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기현의 한 측근이 국내 언론을 통해 밝힌바에 따르면 설기현은 그동안 울버햄튼, 레딩, 풀럼 등 영국 클럽들을 거치며 영국에 거주한 지 5년이 지나 영주권 취득 자격 조건을 갖춤에 따라 영주권 취득을 추진중이다.

영주권을 취득하면 영국 내 클럽 이적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지 않아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매번 발급받아야 하는 취업허가서(워크 퍼밋)가 필요 없게 돼 이적이 훨씬 수월해 진다. 영국에서 외국인 선수가 워크 퍼밋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국적 국가의 국가대표로서 최근 2년간 A매치의 75%를 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설기현이 영국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영국 내 팀으로 이적할 때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출전한 A매치 경기수에 관계없이 새 소속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설기현으로서는 유럽 리거로서 정착하는데 있어 매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는 셈이다.

그러나 설기현이 곧바로 다가오는 겨울 이적 시즌에 풀럼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설기현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려 벤치에 앉는 시간은 커녕 출전 선수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고, 그러다 보니 경기 감각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표팀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내년 월드컵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설기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인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 소속팀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설기현과 풀럼의 계약기간은 내년 여름까지로 설기현이 내년 1월 이적을 감행할 경우 이적료가 발생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설기현의 이적료는 우리돈으로 약 20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속팀의 경기는 물론 지난 2년 4개월여간 사우디 아라비라 리그로 임대된 기간을 제외하고는 풀럼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를 20억원에 이르는 이적료를 물고 데려갈 팀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이적료를 내고 설기현을 사갈 구단이 나타난다 해도 연봉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고, 팀의 수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생각하면 마음이 급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

풀럼의 입장에서 한 푼의 이적료라도 더 받고 설기현을 팔아치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설기현을 농락하다시피 한 풀럼 구단이 치는 장단에 설기현이 더 이상 놀아날 이유도 없고, 그들에게 이적료를 안길 필요는 더더욱 없다.

차라리풀럼 소속으로 2군 무대든 그 어디에서건 꾸준히 몸을 만들며 내년 월드컵 이후를 기약한다면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월드컵 출전에 있어서도 허정무 감독이 해외파들을 꾸준히 불러주고 있는 만큼 내년 1월에 있을 말라가 전지훈련 기간중 열리는 핀란드와의 평가전이나 그 외 다른 국가들과의 평가전에 집중한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설기현의 경험을 감안할 때 최종 엔트리 경쟁도 충분히 해볼만하다.

설기현은 이제 현역 선수생활에 있어 황혼기를 맞고 있다. 풀럼에서 이적할 팀을 고르는 일은 이제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소속팀을 고른다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1월 이적 추진은 설기현 개인의 실리면에서나 월드컵 출전이라는 명분을 생각할 때도 별다른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참은 김에 좀 더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