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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정조준' 허정무호 꿈나무 3인방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뤄낼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박지성, 김남일, 송종국 등 잠재력 있는 젊은 유망주들을 적극 발탁, 이들이 대표팀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점 때문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유망주의 활약이 미미했다. 고려대학교를 중퇴하고 프로무대로 뛰어들어 K리그 무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축구천재' 박주영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물론 전 국민의 기대를 모았으나 월드컵 무대에서 박주영의 플레이는 세간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와 마찬가지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도 이청용(볼튼 원더러스)과 기성용(셀틱)이라는 걸출한 '영건'들이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세계로 도약하기를 꿈꾸는 3명의 예비스타들이 있다.

그 주인공들은 박주호(주빌로 이와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이들의 1차 목표는 오는 4월 말 발표되는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에 드는 것이지만 일단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되기만 한다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영표의 후계자를 꿈꾸는 '한국의 로벤' 박주호

먼저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 소속인 박주호는 1987년생으로 지난 2007년 한국 U-20 대표팀 주장을 맡는 등 엘리트코스를 거친 유망주로서 왼쪽 측면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가 대표팀에서 주목받은 것은 지난 1월 스페인에서 가진 핀란드, 라트비아전에서 허정무호의 레프트백으로서 훌륭한 활약을 펼치면서부터다. 대표팀 새내기로서 부담을 가질만한 경기들이었음에도 박주호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그라운드에 모두 쏟아부어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라트비아와의 평가전 직후 허정무 감독은 “박주호가 상당히 좋았다. 대학 때부터 눈여겨봐온 선수로 기대가 된다”며 “지난해에도 코칭스태프가 수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지켜봤다. 능력 있는 선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량적인 면으로 볼때 박주호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수로서 두둑한 배짱에 투쟁심과 투지가 강하다는 점 외에 공격적인 면에서 뛰어난 스피드와 탁월한 드리블 능력, 돌파력을 겸비, 스스로 가진 개인기만으로 팀의 공격루트를 만들어 낸다는데 있다. 특히 왼발을 주로 사용하고 드리블 능력이 좋은 점은 박지성의 옛 동료이자 네덜란드 대표팀의 측면 공격수 아리옌 로벤(바이에른 뮌헨)과 비교되기도 한다.

박주호는 숭실대 재학 중이었던 지난 2008 5월 일본 J2리그(2부리그) 미토 홀리호크에 입단, 입단 당시 최하위였던 미토가 15개 팀 중 11위로 시즌을 마치는데 기여했고, 미토에서의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의 명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 브라질 출신의 명장 올리베이라 감독의 신뢰속에 가시마 이적 첫 해부터 주전 레프트백 자리를 차지, 팀의 주전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소화했다. 박주호는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일본의 또 다른 강호 주빌로 이와타로 이적, 이근호, 이강진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박주호가 23명의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김치우(FC서울), 김동진(울산현대) 등 경력과 기량면에서 이미 일정한 실적이 있는 선배 선수들의 존재 때문이다.  설령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다고 해도 남아공 월드컵 무대에서 박주호가 대선배 이영표를 제치고 대표팀 주전 레프트백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그가 남아공으로 향하는 23명의 허정무 사단 명단에 포함되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피치를 밟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리고 그 시간동안 박주호가 스스로 가진 기량을 온전하게 그라운드에 쏟아내기만 한다면 월드컵 이후 박주호는 이영표의 후계자로서 공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재기 넘치는 만능 미드필더 구자철

1989년생인 구자철은 지난해 이집트 U-20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주전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어 대회 '골든볼(최우수선수)' 후보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한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골든볼 후보에 오른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이 후보로 오른 이후 구자철이 사상 두 번째. 


대회 당시 구자철은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키 플레이어로서 한국이 8강전까지 치른 5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고,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당시 구자철의 활약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그가 어린 나이임에도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팀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호평했다. 

보인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곧바로 지난 2007년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 데뷔 첫 해에 55경기를 소화하며 3골 7도움을 기록한 구자철은 팀내 주전 미드필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고, 이집트 U-20 월드컵 이후 더욱 더 성숙해진 기량을 바탕으로 팀의 실질적 에이스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구자철은 지난 1월 남아공 고지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이 2-4로 완패했지만 그 자신은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뽑아내 뽑아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구자철은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구자철의 월드컵 최종엔트리 포함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만약 그가 허정무호의 23인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깜짝 발탁'이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자철이 남아공행에 성공할 가능성을 보는 쪽에서는 그가 중앙 미드필더로서 수비를 조율하는 한편 공격을 지원하는 확장된 역할을 수행하는 이른바 '양커맨'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 자리에는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김두현(수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지만 유망주를 발굴하는데 나름대로 탁월한 능력을 지닌 허정무 감독이라면 구자철의 창의성에 기회를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남아공에서 태어날 '제2의 박지성' 김보경

1989년생인 김보경은 이번 포스트에서 가장 나중에 언급되는 선수지만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가장 높게 점쳐지는 선수다.  


지난 1월 허정무 사단의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 명단에 김보경이 포함됐을 때 그의 발탁을 그저 유망주에 대한 배려의 차원으로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가 지난해 이집트 U-20 월드컵에서 2골을 터트려 한국의 8강행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염기훈(수원삼성) 등을 경쟁에서 제치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정무호가 1월 해외 전지훈련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지난달에 동아시아선수권과 지난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모두 치러낸 지금 많은 전문가들은 김보경을 허정무호의 최종 엔트리 발탁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지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만큼 최근 김보경이 허정무호에서 보여준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김보경은 남아공에서 가진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데 이어 현지 프로팀인 베이 유나이티드와 평가전에서 성인대표팀 데뷔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핀란드전에도 출전하며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쌓아갔다. 전지훈련 기간중 대표팀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었던데 반해 김보경의 활약에 만큼은 대체적으로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김보경이 허정무 사단에서 입지를 굳히게 된 계기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가 결정적이었다. 

비록 한국이 이 대회에서 중국에 0-3 참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김보경도 그 수모의 주인공이 었지만 그는 중국전에 앞서 치렀던 홍콩과의 대회 1차전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왼발 프리킥으로 구자철의 2번째 골을 도왔고, 이후 이동국의 3번째 골의 단초가 된 왼발 프리킥을 날리는 등 맹활약으로 5-0 대승에 기여했다. 
 
특히 김보경은 2월 14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3차전 일본전에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33분 페널티킥을 유도해 이동국의 동점골을 이끌어냈고, 한국이 2-1로 앞선 후반 25분 김재성(포항)의 쐐기골을 어시스트, 한국의 짜릿한 3-1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김보경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자리의 주전은 주장 박지성이었고, 그날 박지성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보경은 그시간 그라운드 밖에서 자신의 롤모델 박지성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박지성의 백업 요원으로 월드컵 출전이 유력시 되던 염기훈이 발목 부상으로 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한 현 상황에서 김보경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박지성과 마찬가지로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고, 풍부한 활동량, 공간 이해력, 축구센스 등 모든 기량적인 장점이 박지성과 많이 닮아 있다. 심지어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박지성의 나이가 21살이었는데 현재 김보경의 나이도 21살이라는 점까지 닮아 있다.

김보경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제2의 박지성'으로 공인 받으며 한국 축구가 맞이할 황금빛 미래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