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마법 같은 격투기 지도자는 존재하는가?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만화나 소설을 보면 스승으로부터 도제식 관계로 배워서 초고수로 거듭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의료나 학문 혹은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찰될 수 있는 사안으로 격투기쪽에선 각광받는 몇몇 지도자들이 마법같은 지도자란 평가를 듣고 있기도 하다. 많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해외에선 특히 팻 밀레티치에 대한 평가가 높은데, 선수로서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그보단 지도자로서 챔피언들을 대거 길러낸 것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최근 그런 인식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는데 이의를 제기한 이는 놀랍게도 캠프에서 훈련하던 젠스 펄버이다.

그의 인터뷰의 내용을 대략 줄여보면 다음과 같다. ‘예전에 그런 훈련시스템은 모두가 필요로 했습니다. 저희는 강하고 투지로 넘쳤지만 웰-라운디드(올라운드) 파이터는 아니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했지요. 대부분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 출신이라 그라운드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타격엔 약해 서로 지식을 공유하면서 펀치를 배웠습니다. 사람들은 팻의 마법같은 비법에 대해 묻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었어요. 리더에 대해 왜 그렇게 말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리더가 없었고 우린 같이 협동한 것뿐입니다. 가령 제러미 혼이 가르치면 그가 리더일 뿐이죠.’

‘팻 밀레티치는 생계를 유지하고 돈을 버는 것에 열중했습니다. 코치로 역할을 크게 한 건 없어요. 다들 팻이 마법같은 지도를 하는 것으로 알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서로 호흡이 잘 맞아서 발전한 것이지요. 제러미 혼이 떠나고 맷 휴즈가 나갔으며 로비 럴러가 옮기고 맷 페냐가 떠났습니다. 모두 발전은 했지요. 그러나 이제 실험은 끝입니다.’

최고의 팀이라 꼽히기도 했고 환상의 지도자란 말을 듣던 팀 밀레티치에서 다소 암울한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싶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사이에선 공동의 작업이야말로 개인 발전을 위한 최적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즉 팀 티칭이나 주변의 자극을 받아서 서로 발전이 도모되는 상황이다.

만약 지도자와 강습생의 실력이 엄청나게 차 나는 경우엔 약간의 지도나 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지만 정상급 선수들의 경우엔 그런 것이 쉽지 않기에 서로 배우면서 보완하고 자극을 받아 성장하는 것이 맞다 생각된다.

필자의 주장은 지도자 무용론이 아니라 지도자의 그늘 아래에서 기량을 키우는 일반 수련생이 있다면 정상급 선수들은 서로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꼭 격투기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동료나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끼리의 관계에서 배우는 부분이 어쩌면 일방적인 강의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단 주장이다.

전설의 지도자가 수많은 가르침을 주는 경우가 현실적으론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지나면 무한정 사사받으면서 나 혼자 성장하기보단 스승과 제자가 상보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니 동료들끼리 협업하면서 발전하는 아름다운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