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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표도르, 충격적 패배…그도 인간이었을 뿐이다




예전에 글을 쓰면서 표도르를 인류 역사상 최강자라고 평가했던 적이 있다. 표도르의 흥행력엔 의문부호를 붙이면서 실적을 담은 칼럼들을 작성했고 그가 관련했던 단체들이 흥행에서 결국은 참패했기에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실력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던 터라 파브리시오 베흐둠에게 무너진 건 개인적으로도 너무 충격적이다.

절대강자에 대한 신화는 ‘투기’ 분야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이다. 과거 무하마드 알리가 그랬고 마이크 타이슨도 그런 사람이었다. 물론 이들은 카리스마까지 갖추면서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진정한 세계 최강이 누구냐는 논란은 일반 팬들의 관심을 환기시켜서 흥행에 커다란 호재가 되곤 한다.

격투기가 일반대중들에게 선보여진 뒤 연승의 강자들은 항상 시선을 끌었고 그 중에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는 헤비급으로서 작은 체구임에도 거구들을 연파했기에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에 미국 단체임에도 러시아 사람인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곳들도 있었고 러시아 최고 정당에선 정계진출설도 흘러나왔으며 그의 매니지먼트 M-1은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표도르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UFC에 맞서서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공중파 인기프로에 출연한 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방송광고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펼쳤고 격투기를 잘 모르더라도 표도르는 아는 이들이 적지 않다.

표도르는 일본에선 실력에 비해 흥행파워가 약해 크로캅에 비해 대우가 안 좋았지만 실력이 흥행으로 연결되기 훨씬 좋은 환경인 미국에선 상황이 바뀌었다. 허나 그는 UFC의 사상 최고 대우를 마다하고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와 계약하면서 한 경기당 50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에서 150만 달러로 줄여서 받게 된다. 이마저도 매니지먼트와 1:4로 나눈다면서 30만 달러만 받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돈보다는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둔 모습을 보였다.

표도르는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에서 세 경기 계약을 맺었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 무너지면서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상대로 타이틀 획득의 기회를 놓쳤고 그의 최강신화에 흠이 가고 말았다. 사실상 반쪽짜리 선수인 그라운드 전문가 파브리시오 베흐둠을 상대로 너무 쉽게 타격전을 포기했기에 작전상의 미스라고 봐도 되는 경기였다.

표도르는 경기 후 기지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패할 수 있습니다. 저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일 뿐이죠. 이번 패배가 신의 의지였다면 다음 경기에서는 제가 이길 겁니다.’

‘경기 초반 파브리시오를 강타했고 가능한 빨리 경기를 마무리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이지요. 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너무 제 능력만 믿고 덤비다가 결국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표도르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서도 열심히 임했고 현재 건강상태도 좋으며 곧바로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참으로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다. 대부분 표도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알리스타 오브레임과의 타이틀 경기가 단체사상 첫 유료시청채널 이벤트로 방영된 뒤 어떤 실적을 올릴지에 주목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링에는 인생이 녹아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