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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의 명예로운 '물러섬'을 기대한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끈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의 유임 문제가 오는 10일께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허 감독이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8월 11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 진출팀 가운데 한 팀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9월에 이란, 10월에 일본과의 평가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허 감독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여러 면에서 현재로서는 허 감독이 계속 대표팀을 맡는 것이 답이라는 말이다.

관련 보도가 나오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어쩌면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그 당시,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대한축구협회는 허정무 감독의 유임을 결정하고 있었고, 지금은 그저 발표시기만을 조율하고 있을 뿐 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필자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부 언론들의 예상대로 지금 시점에서 허정무 감독 외의 대안을 찾을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허 감독만이 최선이라는 식의 답을 축구협회도 내놓게 된다면 그것은 축구협회의 무능하고 무사안일한 행정력을 또 한 번 드러내는 셈이 될 것이다.

지금 언론의 보도 방향이나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 허정무 감독이 한국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승리와 16강 진출(그것도 원정 월드컵에서...)을 이뤄냈다는 점 하나로 그동안 대표팀을 운영하는 과정이나 월드컵 기간중 드러난 전술 운용의 과오를 덮고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읽혀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이와 같은 분위기가 솔직히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허정무 감독이 목표했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은 맞지만 선수 선발 과정이나 평가전 과정에서의 선수 기용, 그리고 월드컵 기간중 노출한 문제점에 대한 차분하고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골키퍼 포지션에 있어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이운재를 주전으로 사실상 낙점했다가 이운재의 경기력 저하와 각종 언론의 빗발치는 보도에 정성룡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점이나 이동국에 대한 갈팡질팡한 입장 변화로 끝내 이동국을 월드컵에 발탁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점, 그리고 월드컵 기간중 선수 기용상의 실수로 여러 위험을 초래했던 일 등등이 그런 부분이다. 

이 시점에서 허정무 감독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한 발 빠른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명예로운 물러섬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허정무 감독 스스로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답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고, 대표팀이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계속 공헌하고 싶다고 밝힌바 있지만 그것이 꼭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허 감독은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그동안 무수한 '말잔치'로 불필요한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어느 순간 또 그런 언론의 관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팀의 감독 자리가 한 마디를 하면 외부에서 열 마디를 만들게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허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계속 맡게 된다면 어느 순간 허 감독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허 감독의 입은 그 자체로 한국 축구의 권력이 될 수 있고, 그런 권력은 역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남용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당분간 대표팀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야인'으로서의 생활을 즐기는 한편 4년 뒤 한국 축구를 구할 수 있는 재목을 찾는 일을 하거나 K리그의 어느 팀을 맡아 K리그의 활성화와 흥행몰이에 기여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 허 감독이 맡아야 할 역할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허정무 감독 스스로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 미련이 남는다면 2-3년 후쯤 월드컵 예선이 시작될 즈음에 다시 도전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허 감독이 그 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축구협회로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후보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