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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K-1의 처참한 흥행 성적표


연말 우리나라에선 방송사 연예대상이 화제이지만 일본에선 12월 31일 전통의 NHK가 방영하는 홍백가합전이란 프로가 큰 인기이다.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 일본의 방송을 굳이 말하는 이유는 그날 같은 시간대에 격투기가 편성되기 때문이다. 홍백가합전이 방영되면 정면승부를 포기했던 타 방송사들은 격투기가 의외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자 한 때는 PRIDE, K-1, 이노끼 봄 바 예까지 세 대회를 각각 편성한 적도 있었다.

이젠 그 황금시대는 가고 K-1의 FEG 혼자 남아서 맞섰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기약하기 위해 나름 화제가 되는 격투가들을 불러 모았으나 2010년은 출범 이래 최악인 9.8%의 시청률을 올린 것이다. 10% 이하는 단체에겐 결정타라 하겠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대회를 펼치기에 결국 홍백가합전에 참가하는 연예인들과 연말이벤트에 참가하는 격투가들간 스타성의 격차가 결국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 하겠다. 일반 대중의 시선을 글 수 있는 밥 샙이나 아케보노, 최홍만 선수 같은 화제들은 없고 스모 요코주나 출신 아사쇼류 역시 영입에 실패하면서 이번 이벤트의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K-1의 주최사 FEG는 현재 남아있는 가장 파괴력 있는 시청률 카드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를 활용하려 했으나 그는 UFC와 갑작스럽게 계약해버렸고 한 때는 추성훈 선수와 세대교체 카드였던 사쿠라바 카즈시에게 의지했지만 40대에 접어든 그는 더 이상 그레이시 일가를 격파하면서 화제를 몰고 온 청년이 아니었다. 지난 그랑프리 대회에서 세 경기를 치르고 우승했던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한 달도 채 안 된 상태에서 경기에 투입시키는 강수를 둬서 토드 듀피와 상대하게 만든 것도 기본을 지키지 않은 행동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시청률에 웃고 울듯, 스포츠도 시청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금 현재로선 각각 TBS와 후지(Fuji) TV에서 나눠서 방영되는 FEG의 대회들이 대폭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대회의 숫자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흥행성이 떨어지는 해외 대회들은 지역 사업자들에게 부담비율이 높아지거나 대폭 축소될 것이며 FEG도 방송사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중파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격투기의 특성 상 시청률 하락은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며 최근 나오는 이야기들처럼 오히려 앞으로는 방송국이 돈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타니가와 사다하루 회장이 구조조정을 하고 해외 투자를 얻겠다고 했지만 해외 투자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나왔으나 아직도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도 없기에 점점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 현재 상황은 꽤나 안 좋다. 그간 개인적으로 일본 격투기의 위기를 지적했지만 10% 시청률 이하의 연말대회만큼 안 좋은 일도 많지 않았던 듯싶다. 그리고 타개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문제이다. 격투기 초창기엔 화끈한 KO에 팬들이 흥분했다면 약간 식상해지자 밥 샙, 아케보노 같은 파격이 나왔고 그 파격도 시들해지자 다시 정통으로 회귀하는 과저인지라 지금 현재는 고난과 같은 리빌딩의 시기가 왔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성적표는 본질에 입각한 실력으로 얻은 당당한 수치라고 봐도 되겠지만 문제는 방송사가 어디까지 용인하느냐이다. 타 프로들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수익이 적다면 굳이 방송사에서 격투기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PRIDE 사태에서도 봤듯 일본 단체는 공중파 없이 큰 규모로 독자생존은 힘들다. 이에 FEG로서는 꽤나 머리아픈 상황이 된 듯하다.

<사진=K-1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