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UFC 132에 참가하는 김동현 선수

14승 1무 1무효로 무패이자 최고의 격투기 단체 UFC에서 5연승의 쾌속 가도를 달리고 있는 '스턴건' 김동현 선수의 다음 상대가 결정되었다. UFC는 자사의 트위터를 통해 7월 2일 펼쳐지는 UFC 132회 대회에서 카를로스 콘딧과 김동현 선수가 대결한다고 발표했다.

전 WEC 챔피언으로 통산 26승5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카를로스 콘딧은 영국에서 펼쳐진 UFC 120에서 영국의 두 번째 흥행 카드 댄 하디를 KO로 침몰시킨 강자이다. 2006년 이후 11승 1패의 빼어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최근 3연승 중이나 강자들과의 경기는 많지 않고 그라운드 기술과 타격이 좋지만 아마추어 레슬링이 강한 상대에겐 고전했던 경우가 많기에 김동현 선수로선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된다.

김동현 선수와 콘딧의 경기는 전부터 소문은 돌았지만 메인 카드에 나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뒤늦게 결정된 경우이다. 원래 UFC 132 대회에서는 BJ 펜과 존 피치가 싸울 예정이었지만 피치가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피치의 자리엔 앤소니 존슨 혹은 카를로스 콘딧이 상대로 떠올랐지만 존슨은 경기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무릎 부상에서 회복하는 카를로스 콘딧이 대체 선수로 꼽혔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BJ 펜은 카를로스 콘딧과의 경기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갑작스럽게 부상했다고 발표하면서 경기에서 빠지고 말았다. 일각에선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BJ 펜이 콘딧에게 무너지는 경우 타이틀 구도로는 가기 힘들기에 존 피치만을 노리기 위한 포석으로 부상을 가장했다고 추측한다.

여하튼 BJ 펜이 빠지면서 김동현 선수가 들어가 이번 대결이 성사되었고 각각 대타로 나온 선수들이 랭킹전을 통해 웰터급 타이틀에 가까이 가려 하는 것이다. 그래도 김동현 선수에게 운이 따르는 점이라면 그의 장점 중 하나인 아마추어 레슬링에 다소 고전할 만한 선수들이 상대로 주어진다는 점이다.

김동현 선수가 콘딧을 이긴다면 더 큰 행운이 기다릴 듯하다. 지난 번 외쳤던 ‘GSP를 원한다!’는 소원이 이뤄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웰터급 챔피언 조르쥬 생 피에르는 제이크 쉴즈와의 타이틀 경기에서 이긴다면 앤더슨 실바와 체급을 뛰어넘는 드림 매치를 할 것으로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최근 그의 스폰서들이나 매니지먼트 쪽에서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기에 도전자가 된다면 GSP와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선의 시나리오라면 제이크 쉴즈가 이변을 낸 뒤 김동현 선수는 도전자로서 쉴즈를 잡아 UFC 웰터급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우리의 입장에선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경기 외적으로 우려가 되는 점은 있다. 김동현 선수의 경기 스타일이나 캐릭터가 아직 현지인들에게 완전히 다다가진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캐릭터를 잘 잡은 경우는 정찬성 선수로 메인이벤트가 아니었음에도 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고 별명이나 티셔츠 모두 대박이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상황에서 김동현 선수가 UFC 챔피언에 오른다 하더라도 료토 마치다나 마우리시우 ‘쇼군’ 후아처럼 주최 측이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 본다. 2연패 중 억울한 1패가 있음에도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료토 마치다의 퇴출설이 나왔고, GSP와 김동현 선수의 경기는 지루할 것이란 일부의 폄하도 완전히 무시할 성질은 아닐 듯싶다.

미국 팬들은 꽤나 잔인하다. 내가 큰돈을 썼으니 화끈하게 싸우라는 요구가 기본 전제로 주최 측 역시 이 요구에 충실하다. 이에 현지 팬들의 의견도 어느 정도는 반영해야 할 것이다. 꼭 승리를 챙기고, 경기 후 도발적인 발언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작업도 겸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승리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간 UFC가 선수들을 대해 온 태도를 본다면 이 부분도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스포츠서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