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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더 미즈의 실험과 실패


다른 스포츠에서는 30대가 넘으면 은퇴를 해야 하는 압박감도 있지만 프로레슬링의 경우엔 연기력이 큰 의미를 차지하므로 30세가 넘어야 어느 정도 완숙해진다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WWE의 메인이벤터들은 대부분 30대이고 20대는 거의 찾기 힘들다.

전성기라 생각되는 30대를 넘어 40대에 가까운 선수들이 속출하자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밀려왔다. 숀 마이클스는 본의에 의해, 에지는 부상으로 인해 은퇴했고 언더테이커는 내년 은퇴가 유력하며 바티스타는 격투기를 한다고 떠났다가 쉬고 있고 크리스 제리코는 밴드 활동과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자 순식간에 간판선수들의 공백이 생겨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간판선수들이 빠지자 그들의 뜻과 무관하게 순식간에 세대교체가 진행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WWE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한다는 미명 하에 젊은 선수들을 차례로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다소 일관성 없게 진행되면서 잠깐 기회를 주다가 바로 빼버리는 시행착오가 많아서 잭 스웨거나 드류 매킨타이어, 셰이머스, 웨이드 배럿 같이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은 한계에 봉착했다.

세대교체에서 가장 수혜를 입은 이는 미즈와 존 모리슨, 알베르토 델 리오와 신 카라였는데 그 중에서도 미즈가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들이대기의 달인 미즈는 레슬매니아 27에서 존 시나와 더불어 메인이벤트 자리를 차지했고 더 락과 같이 링에 섰으며 그간 주주총회에서 ‘미래를 이끌 인재’라는 평가를 들으면서 극찬을 받던 선수였다.

허나 미즈의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이다. 그가 메인이벤트를 담당했던 ‘오버 더 리미트’란 이벤트의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정신을 강조하는 존 시나와 포기하면 패하는 ‘아이 큇(I Quit)’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시나가 질 리 없으므로 너무 결과도 뻔했고 팬들은 이벤트를 구입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미즈는 뒤로 밀리고 말았다. 레슬매니아에서의 성과는 괜찮았지만 이것은 더 락을 보기 위해서였을 뿐, 미즈가 올린 성과가 아니라고 증명되었고 존 시나는 간판선수이기에 결국 대항마인 미즈가 밀려난 것이다. 말은 재미있게 하지만 유약해 보이는 미즈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하겠다.

프로레슬링이 비록 승부는 사전에 합의하나 매출을 올리지 못해 뒤로 밀리는 걸 본다면 성과주의로 판단되는 기업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매출을 올리는데 실패한 미즈이지만 워낙 역경을 잘 이겨낸 스타일이기에 절치부심한 후 다음에 기회를 얻어 새롭게 도약할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뒤로 밀려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