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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K-1 베테랑 아츠-세포-밴너의 이탈


현재도 세계 최고 입식타격 단체라면 K-1을 꼽으나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한때 그들의 하위 단체를 자청하던 네덜란드의 ‘잇츠 쇼타임’은 최고가 되겠다는 욕망을 밝힌 뒤 자신들이 관리하는 선수들의 임금체불을 문제 삼아 소송을 언급했고 K-1을 중추적으로 이끌던 해외파 노장들도 대전료 지급이 미뤄진 것에 상당한 불만이 있어왔다.

활약할 무대가 많지 않자 제롬 르 밴너, 레이 세포, 피터 아츠는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끼가 이끄는 독특한 컨셉의 프로레슬링 대회 IGF에 참가하는데 대회를 앞두고 펼쳐진 기자회견에서 격렬한 분노를 터뜨려 화제가 되고 있다.

레이 세포는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 소송을 언급했고 이시이 관장 시절엔 좋았으나 사다하루 대표가 이어받으면서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제롬 르 밴너는 안토니오 이노끼와 타니가와 사다하루의 싸움이나 봤으면 좋겠다면서 K-1과의 관계가 사실상 정리되었음을 밝혔는데. 노장들의 격렬한 발언 후 일본 인터넷 검색어에서는 타니가와 사다하루 프로모터의 이름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나마 해외 스타들은 이렇게라도 말하면 주목을 받고 상대적으로 먼저 지급을 받는 편이었으나 일본 토종선수들은 돈의 지불순위에서도 늦었고 그들의 피해는 제대로 조망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K-1의 모기업 FEG는 회사를 파산시킨 후 새로운 회사를 출범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현재 자금사정이 꽤나 안 좋다.

K-1의 위상 추락은 다른 면에서도 감지된다. K-1 스타들이 가장 쉽게 뛰어드는 곳은 일본의 프로레슬링인데, 전통적으로 메이저단체 챔피언은 패하지 않는 분위기이나 K-1 챔피언은 그런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6월 19일 펼쳐진 ‘전일본 프로레슬링’ 주관 대회에서 K-1 챔피언 교타로는 후나키 마사카츠에게 9분 57초에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프로레슬링의 특성상 승패보단 재미가 더 중요하겠지만 관행상 메이저 단체 챔피언을 지게 하는 일이 많지 않았던 걸 고려한다면 그만큼 K-1을 우습게 봤다는 이야기이다.

흥행을 위해 K-1 챔피언을 초대한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준 것도 아니며 그저 일자리 하나 주고 마음대로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교타로도 어린 시절부터 프로레슬링을 봐왔기에 참전했다 하지만 단체의 간판으로서는 다소 모호한 행보였다. 그러나 일이 없어 힘든 그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그럼 이제 일본에선 K-1의 시대가 저물고 프로레슬링의 시대가 다시 오는 것일까? 그나마 살아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긴 어려워 보인다. 안토니오 이노끼가 이끄는 IGF도 엄청난 흥행과는 거리가 멀고 세포나 밴너, 아츠가 가세한다고 해서 일본 팬들이 구름같이 몰릴 분위기도 아닌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노끼의 대회는 돈은 돈대로 쓰고 흥행은 남들에 비해 좋지도 않다면서 비난을 받는 편이다. 브록 레스너, 커트 앵글을 불러들였지만 마찬가지였고 향후 대회엔 바비 래쉴리, 조쉬 바넷, 밥 샙에 전설의 프로레슬러 쵸슈 리키 등을 부른다고 하지만 현재로선 일본에서 폭발적인 흥행이 나오긴 어렵다.

현재로선 K-1의 미래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하다. 그나마 대안인 파산 후 새로운 법인설립이 낫겠지만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며 부도덕하다는 낙인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래도 1위를 표방한 네덜란드의 ‘잇츠 쇼타임’이 향후 일본에서 대회를 펼친다고 하니 입식타격 선수들에겐 가뭄의 단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