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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UFC의 성공엔 WWE의 실수가 있었다?

 

인생을 살면 별 대수롭지 않게 결정한 일이지만 가끔은 큰 역풍이 되기도 한다. 노래가사로 자주 쓰이는 우연히 소개해준 친구와 연인이 만남 이후 펼쳐가는 모닝드라마와 같은 스토리가 좋은 사례일 것이다. 참, 인터넷 뉴스를 보면 장인과 사위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드라마까지 나왔다고 하니 친구와 연인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경우에 불과할까?

이런 울트라 메가 폭탄급 화제에 비하면 어림없겠지만 최근 격투기의 대세인 UFC의 성공엔 WWE가 별 생각 없이 결정한 오판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이번 글에선 그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이후 스포츠채널을 통해 K-1이나 PRIDE같은 일본 단체들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UFC는 일본 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으며 미국 선수들은 일본 연말대회에 참가하는 게 꿈이었기에 당연히 세계 1등이던 일본 단체를 방영한 것인데.

왜 당시 미국 격투기는 부진했을까? UFC는 1993년 이후 새로운 스포츠로 각광받았으나 3년을 버티지 못하고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는다. 이는 당시 아리조나 주 상원위원이자 훗날 오바마의 대항마로 대선에 출마한 존 맥케인이 각 방송사에 규제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UFC는 몰락의 길을 걸었고 부진의 늪은 깊어지면서 주관사 SEG는 2001년 퍼티타 형제와 데이너 화이트에게 200만 달러에 매각했지만 이들 역시 2005년까지 4400만 달러 정도의 적자가 누적되었고, 심지어 퍼티타 형제마저도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매각하고 싶어 한 적도 있었다.


UFC는 변화를 노리면서 스포츠 전문채널 FSN에 들어갔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채널인지라 큰 반응은 없었다. 이에 좀 더 나은 방송사를 찾는 과정에서 케이블 10위권 채널이지만 WWE RAW가 방영되는 스파이크 TV에 의사를 타진한다.

2001년 테네시 주 내쉬빌의 지역채널 TNN(The Nashville Network)은 전국적으로 확장을 노리면서 이니셜은 같지만 의미는 달라진 TNN(The National Network)으로 개명했고, 이후 케이블 1위를 달리는 WWE RAW를 유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노렸던 것이다. WWE도 좀 더 금전적으로 만족스럽고 최우선적으로 배려할 것이란 방송사의 약속에 USA 네트워크를 버리고 본거지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당시 TNN에서 방영되던 ECW는 다른 채널을 찾지 못하고 200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2003년 TNN은 스파이크 TV로 개명한 뒤 나름 자리를 잡았지만 그들이 목표로 하던 케이블 1위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UFC가 한 번 찔러본 것이다.

2005년 UFC의 운명은 사실상 WWE가 쥐고 있었다. 당시 WWE에겐 경쟁방송을 막을 수 있는 권리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에서 1등 채널 USA 네트워크에서 옮기는 과정에서 명시한 조항이었지만 WWE는 UFC를 경쟁상대가 아니라면서 허락했고, 심지어 RAW가 방영된 이후 바로 UFC의 방송이 이어지는 편성도 막지 않았다. 이 덕분에 RAW를 시청한 젊은 남성층이 격투기까지 이어서 봤고, 시청자층의 동요가 일어나면서 서서히 빠져나갔다.

2010년 현재 WWE가 UFC의 성장으로 망한 건 아니고 경영에선 오히려 과거보다 좋아졌으나 젊은 남성층의 이탈은 확실히 눈에 띈다. 이에 가족중심 프로그램으로 변경한 측면도 있다.

물론 UFC가 스파이크 TV 말고서도 다른 채널을 찾아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았지만 WWE의 오판의 수혜를 입은 건 분명하다. 당시의 판단미스로 5년 뒤 결국 젊은 남성 팬층의 이탈이란 문제점이 생긴 걸 본다면 순간의 실수가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사진=WWE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