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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링 스포츠에서 사망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



얼마 전 ‘뉴스 후’에서 복서들의 어려움을 조망했다. 좋아하는 프로이고 열심히 취재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론 W같은 프로도 좋아하나 안타까운 사망을 줄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는 글이니 혹여 MBC를 일부러 흠집 내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배기석 선수나 최요삼 선수는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미국 종합격투기에선 금년 6월 26일 마이클 키르크햄이란 선수가 30세를 일기로 요절했다. 그래도 미국은 메이저대회에선 관리가 잘 되는 편이고, 복싱 경기가 훨씬 많은데도 사망률이 낮은 걸 본다면 개별적인 소인보단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링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은 '급성 경막하 출혈'로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외부 충격으로 출혈이 발생해 뇌압상승으로 이어져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인데, 머리뼈가 막고 있는 상황에서 뇌가 부어버리니 압력이 높아지고, 뇌는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압력이 낮은 아래쪽을 향하다가 뇌간이 눌리고 호흡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뉴스 후’를 보면서 이 부분은 약간 아쉬웠다. 경기 중 눈두덩이가 찢어진 것을 의사가 봤음에도 경기를 속개한 것을 문제 삼는 건 온당치 못하다. 사망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뇌출혈이지 안륜근 부위의 출혈은 아니기 때문이다. 추성훈 선수의 UFC에서의 경기를 보면 눈은 정말 많이 부어있었지만 사망우려와는 관련이 없었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권투선수의 발언을 그대로 인정하는 듯한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물론 충분한 휴식과 혈관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식품을 섭취한다면 좋겠지만 이것보단 역시 뇌출혈의 가능성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 후’엔 필자가 제시하는 해법 중 하나가 나왔다. KO를 당한 선수는 두경부 MRI나 CT를 찍으라는 것이다. 출혈의 경우는 좀더 저렴한 CT가 유의성이 큰지라 일단 경기 후 KO를 당한 선수에겐 의무적으로 촬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경기 전에 점검하는 문화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경기 후 며칠 뒤 사망한 선수의 사례도 있단 걸 생각한다면 진단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두 번째로는 필수적으로 경기를 피해야 하는 기간을 정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대회가 끝나면 각 주의 체육위원회에서 의료적인 금지기간이 내려지곤 한다. 이 때는 타격을 당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론 세컨드 임팩트 신드롬(Second-impact syndrome)을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에서 경험적으로 축적된 주장으로 뇌진탕을 입은 뒤엔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충격이 오더라도 치명적이며 일부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기전에 대해선 확실한 이론은 없지만 뇌진탕을 입은 뒤 혈관의 직경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타격을 입으면 갑자기 피가 몰리는 걸 제어하지 못해 뇌의 혈압이 올라간 뒤 혈관이 터져서 뇌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현재로서는 추정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론 뇌진탕을 당한지 오래 된 경우, 어느 정도 충격이 있다 하더라도 뇌출혈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경험적으로 검증된 이야기이다. 뇌진탕을 입은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경기 전에 조심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의료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편이지만 미국의 작은 단체나 우리나라에서나 자기공명촬영(MRI)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대전료의 상당부분을 의료비로 지급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지금처럼 위험에 노출된 것도 옳진 못하다.

만약 촬영이 부담된다면 이 조치만이라도 어떨까 싶다. 머리에 큰 충격을 입은 선수라면 강제적으로 기간을 둬서 경기는 물론 강한 타격을 받는 스파링은 피하는 것이다. 두경부 MRI나 CT를 한다면 좋겠지만 정말 어려우면 최소한 뇌에 충격이 가지 않는 기간이라도 두자는 것이다. 이 경우 사망우려는 그나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