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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돈이 말라가는 일본 격투기

지난 달 K-1의 모회사 FEG는 WWE와 UFC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한 때는 세계 1위이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중국에서 투자자를 구했고, 이를 통해서 자국 및 해외시장에서 큰 흥행을 도모하겠다는 과감한 선언이었다.

한 때 대한민국 격투기의 대명사는 K-1이었으나 지금 현재는 방송여부조차 잘 모를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고, 일본에선 이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종합격투기 단체 DREAM은 인기 있는 복싱에 연이어 편성시키는 게 방송사측의 방침인지라 어떻게 보면 복싱에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애처로운 처지로 몰리고 말았다. 경량급 선수들이 활약하는 MAX 역시 간판스타 마사토의 은퇴로 꽤나 복잡한 형국인데.

우리나라 팬들은 일본인들이 많이 참가하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단체의 주장과 달리 실질적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도 갈수록 위기에 몰리니 시청률과 경영을 위해 몸값이 저렴하고 시청률은 높은 일본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터진 폭탄선언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FEG의 타니가와 사다하루 회장은 ‘푸지’라는 중국의 투자은행과 파트너 제휴를 맺고 국제적인 확장을 위해 3년 내 2억에서 3억 달러 정도를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타니가와 회장은 '이것은 WWE와 UFC를 상대로 한 전쟁선언입니다.'라면서 당당히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걸 놓고 정말 받았다는 것과 일시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단 의견으로 나뉘었지만 점점 후자 쪽으로 일이 진행되는 듯 하다. 격투가들의 임금체불이야 일본에선 자주 있던 일이지만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후문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은 얼마 전 진행된 호주의 임팩트 FC에서도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물론이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주 문제가 불거지곤 했다. 그나마 미국 단체들은 깔끔한 편이며 특히 UFC를 비롯한 메이저단체는 그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지라 미국과 일본의 단체 중 선택이 가능한 유명 선수들은 최소한 대전료에 있어서는 확실한 미국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 격투기에선 실력과 시청률이 1:1 비례관계는 아니기에 경영이 어렵다면 자국 선수들 위주로 꾸려 가면 되겠지만 이는 상승하는 구조가 아니라 점점 나선형으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나오는 궁여지책이라 하겠다.

작금의 현실은 대한민국에서의 일본 격투기 인기가 떨어진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사실이다. FEG는 대한민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을 노리고 있지만 발표와 달리 현재로서는 딱히 답이 나오진 않는 것으로 보이기에 앞으로가 더 암울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비록 우리와는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이지만 그래도 선수들에겐 중요한 무대가 될 수 있으므로 FEG가 묘수를 찾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