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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UFC에서 펼쳐진 복싱과의 이종격투기



UFC 118회 대회에선 떠벌이 복서 제임스 토니가 47세의 노장 랜디 커투어와 대결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벤트성 경기가 적은 UFC임을 고려한다면 다소 파격적인 편성이었고 이번 대회는 프로필상으론 BJ 펜과 프랭크 에드가의 경기가 메인이벤트였지만 경기장 내 분위기 상으로는 커투어와 토니의 엉뚱한 대결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태클 등의 방법으로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경우, 복서의 장점인 펀치가 무력화될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입식격투가가 종합격투기에서 한계를 보이는 경우는 적지 않은데, 심지어 스모출신의 프로레슬러 타다오 야스다가 느린 몸에도 불구하고 1급 타격가 제롬 르 밴너를 이런 패턴으로 이기면서 화제에 오른 적도 있었기에 타격가로서는 그라운드에 끌려가지 않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30초 만에 그라운드로 끌려간 토니는 3분 19초까지 버티긴 했지만 트라이앵글 초크에 무너지고 말았고 커투어는 별다른 상처 없이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미 복서로서 한참 전성기가 지난 토니가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47세의 격투가 랜디 커투어의 안방무대에서 의외로 오래 버틴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

복서와 격투가의 대결은 자신의 주무대에서 이변이 없는 한 승리할 것이다. 뻔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기는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프로모터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도들은 일본에선 상당히 많았다. 무에타이 선수, 복서, 프로레슬러, 유도가, 킥복서. 아마추어 레슬러 등의 다양한 경기가 일본 격투기에서는 가끔 펼쳐졌고 씨름선수, 스모선수들 역시 종목을 대표해서 격투기에 뛰어든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실험은 UFC 초창기에도 많았고, 오히려 삭막한 동네 아저씨들의 막싸움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는 팬들도 적지 않았던 편이다. 태극기가 붙은 국술도복을 입은 게리 굿리지 역시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파이터였다.

UFC 118회의 둘이 합쳐 만으로 99세인 노장들의 대결에선 격투가가 승리했고 이미 승부는 정해진 듯 한 분위기였으나 경기가 펼쳐지기 전까지 있었던 입담대결이나 이벤트성 경기에 대한 화제, 그리고 만에 하나 커투어가 질 것을 우려한 격투가들이 보낸 성원 등을 고려할 때, 비록 UFC의 기존 경기들과는 다소 흐름이 달랐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관심을 끌어내고 재미를 준 경기가 아닌가 싶다.

유명한 복서들 중 UFC에서 경기를 한 경우는 제임스 토니가 처음이지만 복서 히카르도 마요르가와 격투가 딘 토마스와 경기설이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다. 원래 둘은 2010년 5월 15일 대결할 예정이었으나 프로모터 돈 킹이 막아버리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는데. WBA/WBC 웰터급 챔피언으로서 36전 28승 22KO 7패 1무를 기록한 마요르가는 격투기를 원했으나 돈 킹 측에서는 독점계약이라 주장했고, 경기를 주선한 샤인 파이트 측에서는 복싱에서만 독점 계약이라 반박했으나 자금력의 차이로 추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추진되는 이 대결이 과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정상급 복서들은 아직도 격투기보다는 훨씬 큰 금액을 벌어들이기에 어떻게 보면 전성기가 지난 복서들의 격투기 진출은 매명행위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이와 달리 최근 일본에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복싱 경기에 격투기 단체 DREAM이 끼워져서 편성되는 형국이기에 각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기도 하다.

미국 복싱쪽에서는 격투가들의 복싱 경기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 반면, 격투기에선 복서의 격투기 진출이 다소 파격적인 편이기에 앞으로도 제임스 토니와 같은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