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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격투기에 빠진 캐나다


한 국가 내에서도 유행은 급히 바뀐다. 9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선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농구인기에 큰 일조를 했고 WWE 프로레슬링은 초중고에서 화제였으며 1990년대 후반엔 박찬호 선수의 경기가 인기를 끌었고 국민들은 그를 보면서 힘을 얻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엔 WWE의 재방송이 프로야구 생방송보다 높은 시청률을 올렸고 최홍만 선수를 내세운 K-1은 케이블에서 공중파 인기 프로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지금은 UFC가 젊은이들의 혈기를 자극하고 박지성, 이청룡 선수의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가장 인기 있는 해외물이 아닌가 싶다.

국내 스포츠도 그런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팬들의 관심이란 영역을 놓고 경쟁자들과 서로 다툰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후 축구가 엄청 약진했고 WBC나 올림픽 같은 해외 대회에서 선전한 열기는 국내 리그까지 이어지면서 야구는 90년대 후반 침체기와 달리 너무도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듯싶다.

우리의 입장은 해외와는 또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없는 크리켓은 인도나 호주만 국민스포츠로 여겨지는데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듯 나라별로 특성이 다른 것 역시 차이로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주최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특성을 잘 탐구해서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단 걸 설명하기 위한 서론이 길었다. UFC에겐 방영권만 판매하는 국가들과 달리 캐나다나 영국은 직접 유료시청채널 판매가 가능하기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시장이다. 원래 캐나다는 아이스하키가 인기스포츠인 반면, 메이저리그팀을 미국에 놓치기도 했는데 이는 시장이나 인구의 한계로 인해 나올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업종이 다르면 경기를 타는 정도도 다르듯, 격투기의 메이저리그 UFC로서는 조금만 잘 하면 이익증대를 만들 수 있었고 캐나다 출신 스타 선수가 확실히 뜨면서 흥행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그들의 영웅 조르쥬 생 피에르는 2010년 총 세 번째로 '로저스 스포츠넷'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으며 그것은 매출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르쥬 생 피에르가 참가한 UFC 124회 대회는 87만 5천 가구가 구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재미있게도 캐나다의 구매율이 높았다고 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동부지역의 몬트리올을 위시로 한 불어 문화권에서 반응이 높아졌단 점이다.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 문화권으로 나뉜 국가로 그간 UFC에 관심이 많지 않던 불어문화권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조르쥬 생 피에르가 몬트리올 출신임에도 오히려 서부의 뱅쿠버나 동부의 토론토에서 더 반응이 좋았던 점과 UFC가 영어문화의 산물임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시장개척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간 UFC는 캐나다의 각 주정부에 따라서 불법으로 규정되기도 했고 지금도 미국이나 캐나다 일부 주에선 격투기를 불법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대회는 치르긴 했지만 방송은 불법이 되었으며 프랑스는 아예 대회가 금지되었기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캐나다라는 국가에서 올릴 수 있는 수익원을 찾으면서 대회를 개최했고 스타를 키워서 확실한 매출증대로 이었다는 점은 UFC에겐 꽤나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