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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스타를 보는 걸까 명승부를 보는 걸까?


격투기에서 현재 세계 최고 단체는 UFC이다. 야구에선 MLB이고 농구에선 NBA이며 풋볼이나 아이스하키도 각각 NFL, NHL란 최고 리그가 있다. 축구에선 영국과 스페인리그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여하튼 최고 리그의 정상급 스타는 엄청난 대우와 동시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니게 된다.


UFC의 최고 인기 스타는 재미있게도 아직도 기량이 완숙하지 않은 브록 레스너로 경기 수준 자체는 별로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동료 선수들마저 너무 밀어준다는 불평이 있고 실제로 검증되지 않은 기량임에도 타이틀 도전기회를 쉽게 얻었으니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경기 수준으로 따진다면 지금은 UFC에 병합된 경량급 선수들의 리그 WEC가 UFC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명승부와 흥행은 무조건적인 비례관계가 아니며 UFC와 통합되었지만 작은 선수들이 흥행에서 무거운 선수들을 앞서긴 어렵다고 여겨진다. 왜 흥행에서 차이가 날까? 팬들은 경기 수준만을 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매니아들은 어느 정도의 식견을 지닌 상태에서 웬만하면 꾸준하게 보며 명승부에도 관심이 많지만 일반 팬들은 쉽게 기호를 바꾸면서 빠져나갈 수 있고, 승부를 읽는 눈이 깊지 못하다.


하지만 일반팬의 움직임이 결국 흥행의 성패를 가르기에 단체로선 눈높이에 맞는 흥행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일본 격투기에서 연예인의 참가나 체급차가 나는 선수들 간의 경기가 나오면 매니아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시청률이 높은 건 이런 맥락이다. 이 부분이 매니아와 일반 팬의 간극이지만 매니아들이 열광하더라도 일반 팬을 잡지 못하면 흥행에서 참패하기에 단체로서는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일반 팬들은 화제가 되면 관심을 갖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시선을 거두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룰도 모르다가 우연히 언론에서 본 선수의 외모가 수려하기에 시청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보단 체조의 동메달리스트가 많은 이들의 인상에 남는 것 역시 스타로 마케팅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럼 필자가 다루는 분야로 돌아가 보자. 201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격투기 인기는 과거 PRIDE 및 K-1의 전성기와는 같지 않다. 지금의 현상은 브록 레스너나 케인 벨라스케즈에 국민들이 열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성기 최홍만, 추성훈 같은 전국민적인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추성훈 선수는 몇 년 전 CF를 도배하던 시기와는 확실히 다른 상황이며 김동현 선수가 아직 전국민적인 화제로 오르진 않았기에 다소 주춤하는 것이다.


일반 대중들은 스타를 본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약진하기 전까지 그 분야는 대한민국에선 관심사가 아니었고 일반 대중이 현재 남자 피겨 선수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걸 본다면 그리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 선수의 전성기가 지나면 인기가 사그라질 수 있단 불안감도 든다.


스위스에서 K-1이 떴던 시기는 앤디 훅의 전성기였고 크로아티아에서 격투기가 인기를 얻었던 건 미르코 크로캅의 약진 덕분이었다. 결국 일반팬들은 경기 자체보단 스타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 대한민국 격투기는 최홍만, 추성훈이란 스타의 흐름이 대중들의 관심사와 맞으면서 국민적인 화제가 되었던 것이고 2011년 현재는 다른 분야의 최고들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기에 밀리는 것이며 최고 인기리그인 국내 야구에서 일본 프로야구에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임창용, 김태균 등의 스타가 몰리면서 위기가 왔단 주장도 스타들의 결집 때문이다.


그렇다면 격투기의 해법은 뭘까? 우선은 선수들의 약진이 중요하다. 그 다음엔 그들이 스타로서 자리매김을 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인기회복의 핵심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