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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표도르의 패배에 웃은 사람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의 이번 패배는 적잖은 이들에게 충격이었고 그간 필자는 스타성의 한계로 인해 표도르를 간판으로 내세운 소속 단체들이 줄줄이 망했던 걸 지적했지만 이는 일반 팬들의 동향에 따른 경영 상태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적했을 뿐, 개인적으로 팬이었던 터라 너무도 안타까웠다.

많은 팬들처럼 알리스타 오브레임이나 파브리시오 베흐둠, 이변의 주인공 안토니오 실바 역시 표도르에게 경의를 표하는 발언을 남겼지만 놀랍게도 이번 패배에 서양식 미소 마크 ":)"를 보낸 이가 있었다. 바로 UFC의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이다.

데이너 화이트는 소속 단체 선수들은 엄청나게 옹호하나 타 단체 사람들은 폄하하는 발언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그런 맥락을 이어갔다. 화이트는 한동안 표도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다가 정작 기회가 생기자 경기 당 500만 달러라는 사상 최고 대우로 초빙하려 하더니 스트라이크 포스와 경기 당 150만 달러에 본인은 30만, 매니지먼트가 120만 달러를 갖는 방식으로 계약하자 다시 표도르를 폄하했던 이력이 있다.

‘마지막 황제’가 무너진 뒤 데이너 화이트가 트위터를 통해 미소를 띈 문구를 날리자 한 팬이 표도르가 이룬 업적에 최소한 예의를 갖춰달라고 응답했고, 화이트는 ‘뭔 @$%(육두문자)! 소리!, 그가 대체 격투기에 뭘 공헌했는데. 당신 정말 바보 아냐?’라는 무지막지한 답변을 남기기도 했는데.

또 다른 이가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자 다시 데이너 화이트는 ‘엉뚱한 소리 그만 해, $%!%(육두문자)!. 헛소리 관두라고.’라면서 일관성 있는 폭언을 이어갔다.

데이너 화이트는 과거 티토 오티즈의 매니저였지만 갈라서자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말싸움을 하더니 다시 UFC로 불러들이면서 전우처럼 어깨동무를 했다. 최근엔 오티즈에게 마지막 기회에서 패하면 퇴출시킬 것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으니 남들과의 관계는 적 아니면 아군처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듯하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자신의 돈을 털어서 격려금을 주고 업계 종사자의 자녀에게 수술비를 내주는 등 따뜻한 면도 있어 종을 잡을 수 없다.

냉정하게 본다면 말은 거칠게 하지만 속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봐야겠다. 다만 표도르와의 관계에선 다소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표도르의 매니지먼트와 협상하면서 선수만을 빼내오길 원하는 UFC와 동등한 사업적 파트너를 원하는 M-1과 이견이 있었고, 결국 계약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이트는 정복적인 성격인 터라 표도르 개인보다는 그의 매니지먼트 측에 불만이 많아 가끔 트위터를 통해서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완전 잘못 관리되고 있다!!’, ‘격투기 사상 최악의 매니지먼트’

M-1측의 입장에선 자신들도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무명 격투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니 억울할 수도 있다. 게다가 UFC의 독주보단 상생의 길이란 방향도 제시하기에 그들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허나 옳은 이념이 있었다 하더라도 UFC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커가려던 그들에게 표도르의 패배는 치명타라 하겠다.

표도르의 패배로 인해 스트라이크 포스도 팬들의 시선을 계속 잡을 기회를 놓쳤고 UFC가 독주할 태세이니 데이너 화이트의 웃음은 나올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 웃음이 유쾌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승자의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