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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UFC 114에 대한 단상


 

중계권의 변경으로 국내에서 UFC는 113회를 건너뛰고 114회가 방영되었다. 국내 격투기가 현재 갖고 있는 딜레마는 외국의 유명한 파이터가 나와 봤자 시청률에서 파괴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인데 과거 PRIDE의 외국인 파이터들에게도 열광하던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나고 있다. 현재로서 외국 파이터로 일반 팬들의 채널 선택권을 움직일 수 있는 이는 표도르와 브록 레스너, 그리고 이젠 전성기는 지났지만 이름값은 남은 크로캅 정도가 아닌가 싶다.

이번 대회엔 대한민국의 희망 김동현 선수가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를 갖었다. 김동현은 그라운드와 타격이든 모두 아미르 사돌라를 압도했다는 평가이나 문제는 생각보다 화끈하지 않아서 유료시청채널 막판 구매율을 올리는데 있어서 다소 미흡했다는 점이다. 동양인 선수로서 4승 1무효로서 줄줄이 퇴출되는 일본인 파이터들과 다른 면을 보이면서 한국인의 매운 맛을 보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에게선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과거에 일본인 파이터들을 상대로 할 때와 서양 격투가들과 맞설 때는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상대의 기량차이가 현저할뿐더러 힘도 다르기에 화끈한 승리보다 일단 이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까 안정적으로 갈 수도 있다. 얼마 전 안토니오 실바에게 패한 알롭스키 역시 카운터펀치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기회가 있음에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안정지향적으로 가는 것 역시 전략상으로 아주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주최측에서 원하는 화끈한 외국인 파이터라는 부분엔 어디까지 부합하는지가 관건이다. 너무 냉혹한 잣대일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외인 용병에게 기대하는 바가 국내 선수들보다 큰 것과 마찬가지로 김동현 역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이 유료시청채널을 직접 구매하는 국가의 선수들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지금 이 정도로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지만 자꾸 채근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우리나라 팬들도 애정 어린 조언과 동시에 힘껏 응원해주면서 대한민국 에이스에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이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프리칸-아메리칸 파이터들의 대결이었다. A특공대를 통해 그간 B급 영화 조연에서 A급 영화로 격을 높이자 영화배우가 되겠다면서 격투기 은퇴선언을 했지만 캔 섐락이 최근 UFC와의 소송에서 패해 소송비까지 물게 생기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나서 돌아온 퀸튼 잭슨과 라이트 헤비급 왕좌를 다시 노리는 라샤드 에반스의 대결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러 외부활동도 있고 아예 영화쪽으로 마음이 갔던 퀸튼 잭슨은 이번 대결을 앞두고 엄청난 설전을 벌이면서 브록 레스너와 프랭크 미어의 UFC 100회에 버금가는 분위기였지만 실제 경기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가로 귀결되었다.


이번 대회는 판정이 많으면서 전반적으로 시간도 길어지고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긴 했지만 승부를 알 수 없는 게 격투기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최근 쇼군 루아로 주인이 바뀐 라이트 헤비급에서 라샤드 에반스가 어떻게 챔피언에게 접근할 것이며 차후에 김동현 선수가 유료시청채널용 경기에 등장해서 어떤 경기를 펼쳐갈지도 관심사이다.


최근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쉐인 모슬리의 경기가 140만 가구의 판매, 7830만 달러의 유료시청채널 매출을 올리면서 비-헤비급 역대 2위의 실적으로 복싱의 건재함을 보였는데 앞으로 브록 레스너와 쉐인 카윈의 116회 대회가 이 결과에 맞서 어떤 흥행을 올릴지도 UFC의 관심사일 것이다.


<사진=UF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