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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코리아 맥스 대회 취소에 대한 단상

 

며칠 전 팻 메시니의 ‘‘오케스트리온’공연에 갔다. 그의 팬이고 내한공연이나 음반은 빠지지 않고 구매하는 터라 이번에도 당연히 가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이번 공연엔 기계들을 대거 활용해 팻 메시니 혼자만 나오기로 예정되었기에 개인적으론 기대치가 많이 낮았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같이 온 팬들과 공동구매를 통해 그를 내한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1995년 팻 매시니가 내한했을 땐 객석이 절반도 차지 않았던 걸 떠올리면 2010년의 분위기는 격세지감이었다. 그 소수의 관중들마저 중간에 자리를 떴던 1995년의 분위기와 달리 2010년엔 비록 매진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자리가 찼고 관중들의 음악적 이해도는 꽤나 높아보였다.


어떤 분야가 소개되면서 한 문화권에서 자리를 잡는 건 제각기 다르다. 우리의 가요가 ‘코리안 팝’이란 이름으로 해외에 수출되는 것과 비슷하게 다른 분야들은 우리 땅에 소개가 되곤 한다. 그 중에서 격투기는 최홍만의 진출로 2000년대 중반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런 분위기와 달리 2010년 들어서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예정되었던 DREAM 대회도 연기되었고 이번 달 예정되었던 MAX 대회도 취소되었다. 경제위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소비행위는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야구장 관중들이 작년이나 올해나 많은 것을 본다면 무조건 경제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작금의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 물론 이 분야가 급히 떴기에 반작용에 의해 급히 내려온 측면도 있지만 대회취소는 열심히 노력한 이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일이다.


이벤트는 방송과는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격투기는 방송용 포맷으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세계 정상급 단체에 해당하는 말로 가격대비 효율까지 고려한 경우 케이블 방송의 간판 프로 정도까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이벤트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내대회는 발을 붙이기가 힘들고 해외대회만 방영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갈수록 그런 분위기로 고착화되는 듯 해 안타깝다.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 국내 대회가 자리를 잡을 수 있으나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하는 이들이 있으니 최근 아이돌 그룹이 좋은 사례이다. 여성그룹의 아저씨 혹은 삼촌팬들, 혹은 남성 그룹의 누나 팬들이야말로 남이 보기엔 주책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기획사 입장에선 정말 안정적인 소득원이 된다.


필자가 팻 매시니의 공연이나 음반은 무조건 사는 것과 비슷하게 고정팬층을 확보하는 순간 안정적인 시도가 가능하다. WWE가 영화 사업부를 통해 DVD직배용 영화를 내더라도 프로레슬링 팬들의 지갑에 빨대를 꽂아서 적어도 손해를 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 보면 된다.


물론 말은 쉽다.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주최측도 그걸 몰라서 못했다기보다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큰 것에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문제는 남성 파이터들의 원초적인 매력과 라운드걸들의 아름다움을 일반 팬들에게 어떻게 어필해서 경기장을 꽉 차게 만드는 가이다. 그 해법이 나와야 이 분야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2005 이종격투기대회 K-1 맥스 앤 히어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