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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격투기 분야 해설자로서의 삶

이 분야 해설자로서의 삶
어제 EBS 라디오의 ‘대한민국 성공시대’라는 프로에 출연해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해설자에 관심이 있는 한 애청자의 메시지가 있었다. 해설자로서 성공해서 출연한 건 아니고 삶을 살면서 나름 목표를 이뤄왔던 과정에 포커스가 맞춰져서 출연한 것인데 젊은 청년들 중에선 스포츠에 열정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 듯 하기에 이번 글에서는 해설자로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2000년 9월 해설자로 들어온 뒤 10년이 지났다. 이 정도라면 애정 없이는 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20대 중반에 들어왔으니 지극히 빠르고 운도 좋았지만 겉보기와 달리 항상 순탄한 건 아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몰래 해설하느라 노심초사했고 한의대 재학시절에도 학업에 종사하면서 방송시간과 상충되는 걸 피하느라 제작진들에게 민폐를 끼치곤 했다.

많은 이들은 뭔가를 이루면 그 이후 온 세상이 나에게 마법을 부려줄 것이라 오해하지 않나 싶다. 해설자가 되었다고 해서 인생이 펴지거나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맡고 있는 종목이 아주 고급 이미지는 아닌지라 손해를 본 경우도 많았고 해설자 초창기엔 ‘명문대 나와서 왜 저런 일을 해?’라는 평가를 받는 일도 있었다.

당시 대기업에 재직 중이었기에 그나마 아는 사람들은 대놓고 그런 말은 안 했지만 수능을 준비한다고 할 때는 매우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학연으로 얽힌 이들 중에서는 직장을 관두고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나로선 공감하기 어려운 충고를 던지면서 그분들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약간 힘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메이저로 분류되지 않는 분야를 맡았기에 해설자만 하면서 인생을 여유롭게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고 남들은 취미에 돈을 쓰지만 난 돈을 받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맡았으니 채널엔 고마운 마음이 있을 뿐 불만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해설자를 꿈꾸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 그러나 조금만 필자의 사례를 고찰한다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학업을 하면서 해설, 번역, 칼럼, 그리고 과외까지 했었다. 무척 재미는 있다. 다양한 경험도 많았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으니까. 다만 취미가 직업으로 되어서 생각만큼 생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 취미를 미워할 수도 있다. 이에 마음을 비우고 계속 좋아하거나 다른 활동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고 취미처럼 좋아하는 분야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해법일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한의사 일도 재미있고 해설을 마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터라 필자는 행복하다. 예전 전산 일을 할 때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하루하루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일상은 매우 즐겁다. 너무 냉정하게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분야의 해설자란 자리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취미라는 경로에서 이상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기종목이야 감독을 비롯한 다양한 자리가 있고 관련활동 소비수요도 존재하지만 필자가 맡은 분야는 팬들의 구매의욕도 적은지라 의지가 클수록 상처를 받는 확률도 높아지니 애정은 애정대로 갖되 생계를 걸 정도로 접근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