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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UFC 이끌던 척 리델의 시대는 마감되다

UFC를 이끌던 척 리델의 시대는 마감되다

현재 격투기 세계 1위 단체 UFC는 과거엔 PRIDE에 밀렸지만 2005년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UFC 부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캔 섐락과 티토 오티즈의 연이은 라이벌 전이었다. 섐락의 언변과 오티즈의 패기는 일반 팬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이것을 출발점으로 UFC는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1990년대 초중반에 이어서 UFC가 다시 언론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재미있게도 언론이 주목한 UFC의 포스터보이는 척 리델이었다. 당시 그는 UFC의 가장 인기 있는 체급인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으로서 강자들을 상대로 타이틀을 지켰기 때문이다.

리델은 2006년까지 20승 3패의 탁월한 전적을 보유했는데 이는 랜디 커투어, 티토 오티즈,  알리스타 오브레임 등의 강자들과 자웅을 겨루면서 쌓은 결과였고 UFC 라이트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뒤 4차 방어전을 마친 2006년까지 그의 실력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만 되진 않는 법, UFC는 계속 약진했지만 간판스타 척 리델은 그와 반대로만 갔다. 2006년 이후 UFC는 갈수록 인기를 끌었지만 2007년 5월 퀸튼 잭슨에게 충격의 KO를 당한 뒤 타이틀을 내준 리델은 이후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007년 이후 그는 1승 5패의 전적을 기록했고 경기내용도 과거와 달리 다소 맥이 풀린 모습이었으며 그 중에서 KO로 네 차례나 무너지면서 간판스타로서의 위용은 온데 간 데 없었다.

그간 리델은 명예회복을 노린 끝에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메인이벤트를 장식한 UFC 115회 대회에선 1라운드 막판에 리치 프랭클린에게 무너지면서 리델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현실을 철저하게 인식해야만 했다.

UFC의 대표 데이너 화이트는 계속 은퇴를 권유했으나 리델은 의지를 불태우면서 계속 격투가로서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패배를 끝으로 UFC는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리델을 꺾은 프랭클린마저도 승리는 달콤하지만 씁쓸한 기분이라면서 자신의 입장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했지만 친구처럼 지낸 5세 연상의 격투가의 마지막을 장식시킨 묘한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했는데.

1969년생인 척 리델은 격투가로서 다소 적지 않은 나이이다. 물론 랜디 커투어의 맹활약도 있고 50세가 넘은 격투가들이 작은 대회에서 활약하지만 UFC같은 정상급 리그에서 노쇠화를 보이는 리델이 서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데이너 화이트는 은퇴를 하더라도 UFC와 관련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했는데 최근 확장하는 분위기이기에 고용은 용이하긴 하겠지만 영원한 자리가 마련될 것도 아니며 리델도 현역에 대한 미련이 남기에 타 단체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다. 어쨌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지금은 리델이 닦아놓은 길을 딛고 다른 선수들이 더 큰 금액을 벌고 있는 양상이다. 창업멤버로서 회사를 제 궤도에 올렸더니 후배사원들은 풍요로운 수확을 얻는 반면 본인은 밀려나는 상황과 비슷하다 하겠다.

과거 그와 더불어서 UFC를 이끌던 랜디 커투어는 격투기의 인기가 오르면서 대전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자 은퇴를 번복하고 옥타곤에 복귀했고 계약분쟁을 일으키면서 어느 정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니 리델은 선배로서 길을 닦아 후배들에게 혜택을 주지만 정작 본인의 몫은 다 챙기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쩌랴, 사람이 하는 일이 항상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아쉽지만 그런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사진=www.icemanm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