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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추성훈 선수에게 격려는 어떨까?

 

UFC 120회 대회에서 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추성훈 선수가 마이클 비스핑에게 패했다. 판정패를 당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으나 다시 한 번 ‘오늘의 경기’에 선정되는 멋진 경기를 펼친 건 그래도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하겠다.

경기 후 실망한 추성훈 선수는 블로그를 통해 패배에 대해 자책하면서도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희망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그의 패배를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이번 패배로 인해 부정적인 견해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UFC 진출 발표가 나온 이후부터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고, 결과론이지만 결국 그게 맞는 것으로 수렴되고 있는 듯 하다.

추선수는 아시아인들이 넘지 못했던 벽인 반달레이 실바를 목표로 UFC에 갔으나 아쉽게도 실바의 부상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크리스 리벤, 그리고 마이클 비스핑과 대결하면서 명승부였지만 패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도전정신만큼은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번 영국 대회에 김동현 선수가 출장해서 승리를 거뒀다면 간판스타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추성훈 선수는 나이도 있고 현 체급에서 신체적인 조건이 서양인들에 비해 좋지 않기에 앞으로 극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 UFC 정상권에 가긴 어려워 보이는 반면, 김동현 선수는 앞으로도 위로 치고 나갈 여력이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너무 냉정한 견해일 수도 있고, 만에 하나 김동현 선수에게도 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 격투기계엔 비극이었겠지만 추성훈 선수의 패배가 해외에서의 결과에 따라서 크게 관심도가 좌우되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경향으로 볼 때 긍정보단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우려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추선수를 조롱하는 건 자제하는 게 어떨까 싶다. 한 때 K-1은 공중파에도 편성S되고 케이블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지만 최근 서울 GP와 MAX 대회는 흥행에서 참패를 했고 일부 팬들은 누가 K-1을 보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격투기에서 스타, 혹은 단체의 몰락은 순식간에 이뤄지는 일이므로 조롱이나 비난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추성훈 선수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며, 그의 스타성을 대신할 이가 확실하지 않는 상태에선 분야의 위축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한 때 데니스 강 선수는 방송에서 섹시 아이콘의 상징이었고 대한민국 혈통을 가진 최강의 사나이였다. 그러나 2010년 현재 그는 줄리엔 강의 형이 격투가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화제의 대상에서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를 기억할 수는 있겠지만 화제의 인물은 아니며 스타가 빠져나간 건 그 분야에 있어서는 아쉬운 일이 아닐까 싶다.

최홍만 선수가 경기하지 않으면서 국내에서 K-1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고 추성훈 선수의 경기회수가 미국으로 가면서 줄고, 승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역시 큰 화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김동현 선수의 연승은 눈부시지만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는 듯 하며 다른 선수들 역시 열심히 노력하지만 아쉽게도 타 분야에 비해서 부각이 덜 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추성훈 선수의 이번 패배에 대해서도 안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을 듯 하다. 물론 아쉬움은 있겠지만 그에 대한 조롱은 격투기란 분야의 발전을 위해선 좋은 선택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아쉽더라도 비난보단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